다주택자 규제에 급매물 급증…전달 대비 11% 증가
강남권 집값 하락세에 증여세 가액 산정 부담 감소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세제 개편 카드를 검토하는 가운데, 최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증여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집값 조정 국면에서도 매물로 처분하기보다 증여를 통한 장기 보유 전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보유세 인상 등 세 부담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증여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를 포함한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90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514건)보다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 증여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자치구별 증여 건수는 강남구 87건, 서초구 62건, 송파구 56건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강남구는 2.1배(41건→87건), 서초구는 1.9배(32건→62건), 송파구는 1.6배(36건→56건) 각각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 중심의 증여가 뚜렷했다. 지난달 강남구 증여 신청자 12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2명이 70대였고, 서초구에서도 60대 이상 비중이 약 80.2%에 달했다.
주택을 넘겨받은 수증인은 자녀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강남구 수증인 130명 가운데 40대가 30.8%(40명)로 가장 많았고, 50대도 23.8%(31명)를 차지했다.
강남권에서 증여가 늘어난 것은 최근 급매물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할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물도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897건으로, 한 달 전(7만784건)보다 11.4%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9271건에서 1만1168건으로 20.4%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어 강동구(3741건→4451건·18.9%), 서초구(8145건→9545건·17.1%), 성동구(1991건→2319건·16.4%), 동작구(1841건→2102건·14.1%) 순으로 증가했다.
실제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호가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전용 202㎡)는 91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지난달 실거래가(110억원) 대비 약 18억3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 역시 지난해 11월 38억원에 거래된 이후 현재 호가는 33억9000만원으로 약 4억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체계 변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가격 하락 국면에서 매물 출회보다 증여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증여 수요가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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