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재개에 협조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의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타스통신과 우크라이나 프라우다 등에 따르면 피초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성명에서 "EU 집행위원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드루즈바 송유관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비판했다.
이어 "EU 집행위원회가 계속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보다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제20차 제재 패키지와 우크라이나의 EU 조기 가입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피초 총리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계속 운영됐다면 슬로바키아와 중유럽 지역이 최근 유가 급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EU 집행위원회가 자유주의 성향 야권을 지원하기 위해 슬로바키아의 고유가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주권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현재 정부 연합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주권적 정책을 계속 이행할 것이고 슬로바키아의 국가적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피초 총리는 지난달 23일 드루즈바 송유관 운영 중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상 전력 공급 중단을 지시했다가 야권으로부터 반역죄로 고발했다. 슬로바키아 수사 당국은 최근 피초 총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산 원유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으로 운송하지만 지난 1월27일 운영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드루즈바 송유관이 파손돼 운영이 중단됐다고 밝혔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송유관 정상 작동이 가능함에도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이유로 운영을 막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헝가리는 지난달 23일 EU 회원국 외무장관회의에서 900억 유로 규모 우크라이나 대출과 러시아 신규 제재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대출을 위한 공동 성명에 서명을 거부했다. 피초 총리도 당시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피코 총리는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원자력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드루즈바 송유관의 조속한 복구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 19일 유럽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공급 재개 관련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EU는 우크라이나에 드루즈바 송유관 수리를 요청하고 손상 현장 방문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 정상회의를 앞둔 18일 드루즈바 송유관 복구를 위해 자금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반발에도 드루즈바 송유관 복구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15일 BBC 등 언론 질의응답에서 "드루즈바 송유관을 다시 열라는 압박은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며 "이는 우리에 대한 일종의 협박(blackmail)"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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