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막히면 나프타 수급 여건 악화
중동 이어 유럽산 나프타 공급 차질
추가 가동 중단 시점 빨라질 가능성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공급망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중동산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수급이 이미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럽산 대체 물량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공급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홍해 봉쇄 움직임 등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실제 홍해마저 막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나프타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간 기업 차원에서 이란 사태에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동산을 대체할 나프타 물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로다.
통상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선박의 대다수는 '수에즈 운하→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경로를 거쳐 아시아로 이동한다.
이란 전쟁에 참전한 친(親)이란 무장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면 해당 경로 역시 활용이 불가능하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유럽으로부터 수입하는 나프타 물량은 전체의 6%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상시라면 유럽산 나프타 공급 차질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란 전쟁이 발발한 현 상황에서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수입산 나프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나프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유럽산 나프타 공급 차질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나프타 수급 여건을 감안하면 소규모로 수입하는 나프타 물량도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정유사들의 나프타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 전체에서 수출 비중은 11% 수준이지만, 나프타 수급 차질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수출 제한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비축유 방출, 석유화학 기업들의 가동률 조정 등 빠른 대응으로 현재 석유화학 공장의 일시 셧다운 위기는 넘긴 상태"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막히면 추가적인 공장 가동 중단 시점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23일부터 여수 2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4월 실시할 예정이던 정기 보수를 지난 27일로 앞당기며 여수 공장 전체에 대한 가동을 중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