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1년…세계 무역 질서 바꿨지만 제조업 부활은 '안갯속'

기사등록 2026/03/30 14:41:18 최종수정 2026/03/30 16:26:24

고용 감소·물가 상승…기대 밑도는 성적표

무역적자 감소와 막대한 세수는 성과

'TACO' 조롱과 법적 혼란…불확실성이 걸림돌

[워싱턴=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하며 "일자리와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3.30.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고관세 장벽을 쌓아 올린 지 만 1년을 앞두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자유무역 체제는 사실상 흔들렸고, 미국과 세계 경제의 관계도 크게 바뀌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제조업의 화려한 부활'은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하며 "일자리와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고 물가는 상승했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현재 미국 제조업 고용은 1260만 명으로, 관세 발표 당시보다 9만3000명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은 약 1% 늘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수준에 아직 못 미친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는 2월까지 두 달 연속 확장세를 나타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관세 효과라기보다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EY-파르테논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제조업 회복세는 다시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도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상승률은 2.5%에서 3.1%로 높아졌다.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수준의 급등은 아니지만, 가계 부담은 커졌다는 평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관세 수입도 크게 늘어 연간 기준으로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세수 덕에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트럼프식 관세 정책을 쉽게 폐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락가락 관세 정책…기업 투자 발목

정책 집행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강경 발언 후 번번이 물러서는 모습에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라는 조롱 섞이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을 전면 재설계하고 1500억 달러 이상의 관세를 환불해야 했다. 이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보편 관세를 다시 도입했으며, 백악관은 7월 만료를 앞두고 영구적인 관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법적 근거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 분석 회사 캡스톤의 앤드루 기어 매니징 디렉터는 "기업들은 관세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정책은 하루는 있다가 다음 날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관세만으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세 장벽 속 재편되는 세계 무역 질서

그럼에도 관세는 미국과 세계 경제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자유무역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빗장을 걸자 세계 각국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남미 메르코수르와 무역 협정을 잠정 발효하고 인도와의 협상도 서두르고 있다. 싱가포르, 노르웨이 등 16개 국가들은 미국이 사실상 거부하는 '규칙 기반 무역 체제' 수호를 위해 투자 및 무역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역시 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1세기 핵심 광물의 국내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관세 위협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 안전 기준을 인정했고, 영국은 소고기 수입을 늘렸다.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협상가는 "최소한 1라운드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이행"이라고 짚었다.

다만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가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중 무역 관계 역시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IEEPA에 따른 관세가 불법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를 끌어와 '10% 보편 관세'로 버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영구적이고 강력한 무역 장벽을 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TACO 논란'을 낳을지가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