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 작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가장 흔한 경로는 '메신저'… 성인은 '정치 성향' 혐오 표현 심각
AI 악용한 사이버폭력 우려 90% 육박 "딥페이크 교육 강화할 것"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익명의 타인이나 온라인에서 만난 관계를 매개로 한 폭력이 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3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발표한 '지난해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42.3%, 성인 15.8%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연령별로는 중학생과 20대 성인이 가장 취약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1월 초등 4학년부터 고등 3학년 청소년과 만 19~69세 성인 1만68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성별로 보면 청소년과 성인 모두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청소년은 중학생, 성인은 20대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자·게임·SNS가 주무대"
사이버폭력 발생 경로는 청소년(가해 43.8%, 피해 41.4%)과 성인(가해 51.4%, 피해 58.0%) 모두 문자 및 인스턴트 메시지에서 사이버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다음 청소년은 온라인 게임(가해 35.7%, 피해 35.3%), 성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해 31.2%, 피해 33.5%)에서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유형별로는 청소년과 성인 모두 사이버 언어폭력의 가·피해 경험이 가장 많았다. 성인의 경우 전년 대비 사이버 언어폭력 가해·피해 경험이 모두 증가한 게 특징이다. 가해는 3.4%에서 6.0%로, 피해는 6.3%에서 9.1%로 올라갔다.
◆"모르는 사람이…" 익명의 습격과 보복성 가해
주목할 점은 가해자의 정체다. 청소년(51.9%)과 성인(45.5%) 모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온라인에서 알게된 사람(각 8.6%, 12.1%) 응답도 늘었다. 익명의 타인이나 온라인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이버폭력 피해 비율이 높아진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해 동기로는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보복(각 36.5%, 40.6%)이 1순위로 꼽혔다. 성인은 상대방이 싫거나 화가 나서(34.9%), 상대방과 의견이 달라서(27.8%) 등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이유를 가해 동기로 꼽은 응답 비율이 많았다.
청소년의 19.3%, 성인의 21.0%가 디지털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청소년과 성인 모두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은 신체·외모(10.0%), 성인은 정치 성향(14.9%) 관련 혐오 표현이 1년 전에 이어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응답률도 상승했다.
◆AI의 역습… "제작 쉬운 딥페이크 무섭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새로운 공포가 됐다. 청소년의 89.4%, 성인의 87.6%가 AI를 활용한 사이버폭력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청소년은 AI로 누구나 쉽게 가짜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성인은 한 번 유포되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우려했다.
방미통위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딥페이크와 생성형 AI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체험형 토론 교육을 추진하고, 성인에게는 민간과 협력해 디지털 윤리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사이버폭력은 단순히 온라인상의 윤리적 문제를 넘어 인간의 존립성을 훼손하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라며 "건전한 디지털 이용 문화를 확산하고 AI를 악용한 최신 사이버폭력 피해 예방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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