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홍콩 9만명 몰려…피카소 61억, 판매 열기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 이례적 100% 낙찰…리히터 177억 팔려
"불안할수록 블루칩 작품 수요 증가 확인"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아트 바젤 홍콩 2026’이 예상과 달리 흥행에 성공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25일부터 29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 컬렉터와 관람객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총 관람객 수는 약 9만1500명으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거래와 유입 모두 견조하게 유지되며 “홍콩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진행된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는 이례적으로 100% 낙찰률을 기록했다. 출품작 37점이 모두 판매되는 ‘화이트 글로브 세일’을 달성하며 총 6억5570만 홍콩달러(약 12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시장 관계자들은 “불안할수록 블루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번 아트페어와 경매 모두에서 고가의 대표 작가 작품들이 빠르게 거래되며 자금이 검증된 작품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아트페어는 첫날부터 수십억대 작품 판매가 이어지며 열기를 더했다. 독일 바스티안 갤러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1964년 작 ‘화가와 모델’을 400만 달러(한화 약 61억 원)이상에 팔리면서 각 부스에서 매출 실적이 잇따랐다.
세계적인 화랑들은 문을 여자마자 성황을 이뤘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중국 작가 류예의 회화를 약 380만 달러에 거래했고, 하우저 앤 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 마크 브래드포드 등의 작품을 220만~295만 달러 선에 판매했다.
페로탕은 개막 직후 출품작의 약 70%를 판매했으며,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이 여전한 인기로 각 작품 당 60만~80만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화이트 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대형 아크릴 누드 작품을 160만 달러에 팔았고, 앤서니 곰리의 대형 조각도 각각 40만 달러와 67만 달러에 판매했다.
한국 화랑들과 K아트도 선전했다.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PKM갤러리, 학고재 등 16개 화랑이 참여해 전년과 유사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경의 조형 작업은 부스와 공용 전시 공간을 동시에 점유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배, 하종현, 정현, 윤석남 등의 작품 역시 안정적인 수요를 확인했다.
티나 김 갤러리는 이신자의 직물 작품을 아시아 미술관에 15만~20만 달러에 판매했으며, 조현화랑은 박서보, 김택상, 이배 등의 작품을 9만~18만 달러 선에서 거래했다.
아트페어기간 열린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에서도 흐름은 동일했다.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이 9210만 홍콩달러(약 177억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했고, 중국 근대 작가 산유의 작품도 6394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작가 작품 역시 완판되며 시장 내 입지를 유지했다. 이우환(약 19억1000만원), 이성자(약 11억원), 이배(약 4억6000만원) 작품 등이 최고가로 주목 받았다.
아트 바젤은 홍콩 정부와 향후 5년간 홍콩을 아시아 지역 단독 개최 도시로 유지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과 문화가 결합된 글로벌 허브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아트 바젤 홍콩 디렉터 안젤 시양-러는 “세계가 복잡해질수록 이번 행사는 판매와 교류를 위한 진정한 국제 플랫폼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 크리스티안 알부 역시 “블루칩 작가의 안정성과 시장의 견고한 모멘텀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단순한 흥행이 아닌 구조적 신호로 봤다. “위기 속에서도 시장은 위축되지 않았다. 자금은 검증된 작품으로 이동했다”며 “미술시장은 흔들린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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