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쇼크에 채권도 피난처 아니다…美 국채 급락

기사등록 2026/03/29 11:52:00

유가 급등에 인플레 우려 확산

주식·채권 동반 하락…60·40 포트폴리오 흔들

[서울=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시장 불안기에 주식의 하락분을 상쇄해주던 채권이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03.29.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중동발 전쟁 위기로 미국 국채 시장이 지난해 4월 관세 충격 이후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시장 불안기에 주식의 하락분을 상쇄해주던 채권이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채권 가격은 시장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의 이자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한다.

실제로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된 전통적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60/40 밸런스드 ETF'는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6.3% 하락했다. 주식 시장이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하는 와중에 채권 가격까지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피난처가 사라진 셈이다.

채권 매도세는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물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약 0.5%포인트(P) 상승해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렸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 6.38%까지 올라 2022년 이후 최저 수준 흐름을 되돌렸다. 이는 봄철 주택 구매 시즌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BC 캐피털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가 이자크 브룩은 "지난 몇 주 동안 금리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의 하락 모멘텀이 강해 누구도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80%로 반영하며 낙관론에 우세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AI(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변동성 우려로 채권에 대해 점점 더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 아래에서 마감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뒤 시장이 다시 열리자 채권은 처음에는 안전자산 선호 흐름 속에 상승했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한 시간 만에 상승폭을 반납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공급 충격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며, 전쟁이 성장에 미치는 타격보다 인플레이션 자극 효과를 더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채권 시장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그룹의 리치 투아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금리가 하락(채권값 상승)하겠지만, 만약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채권 매도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성장 둔화가 국채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금리 상승 압력이 더 크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은 법적으로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고용까지 함께 고려하는 연준보다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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