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뒤에도 국지전 가능성…물류 정상화 걸림돌
"시설 40곳 이상 파손"…인프라 정상화 시간 소요
통행세 현실화 땐 비용 증가…"보험료도 5배 증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의 협상을 "매우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평가하며 협상 시한을 10일 연장했다. 하지만 이란 측이 미국의 공개 제안을 일축하고 있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설령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선언된다고 해도 실물 경제가 전쟁 이전의 궤도로 복구되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휴전 선언 이후에도 교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미국의 일방적 휴전 선언 가능성에 대비해 휴전 발효 전 최대한의 타격을 입히기 위한 대대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휴전을 공식화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자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공세를 지속할 경우 실제 물류망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즉 공식 휴전 선언 이후에도 국지전이 이어져 물류가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엔(UN)의 제안으로 양국은 1988년 8월20일 휴전을 발효했다.
하지만 휴전 발효 직후인 8월23일과 24일에도 수백 명의 이란 군인이 포로로 잡히는 등 심각한 교전 사례가 발생했다.
공식 휴전 이후에도 약 2개월간 국지전이 이어졌으며, 해역에 살포된 지뢰와 기뢰를 제거하는 데만 수개월의 시일이 걸렸다.
이번 사태 역시 공식 선언과 별개로 실제 항로의 안전이 확보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설령 추가 교전 없이 '깔끔한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파괴된 공급망을 즉시 되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역내 9개국에 걸쳐 최소 40곳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주변 중동 국가에 대한 공격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시설 정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 시설 피격 당시 약 열흘 만에 생산이 복구됐던 사례가 있으나, 이는 이번 사태에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 사례다.
당시의 복구는 공격 주체의 조준이 서툴러 핵심 공정 설비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이번 분쟁에서의 피해는 9개국 40곳 이상으로 범위가 넓고 파괴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손된 증류탑이나 제어 시스템 등 정밀 설비를 새로 제작하고 설치하는 데 필요한 조달 기간을 고려할 때 공급망 정상화는 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시설이 일부 회복되더라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세를 걷으려 한다는 점은 새로운 악재다.
이란은 현재 비공식적으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당 200만 달러의 통행세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화로 약 3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통행세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 지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최종 도입 비용에 그대로 얹어지며 실질적인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유가가 지표상으로 안정되더라도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가 부담은 전쟁 이전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의 고착화는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카타르나 이란의 에너지 생산 시설이 파괴됐는데 복구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시설을 복구하더라도 지질구조가 바뀌어 이전과 같이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해상운송에 대한 보험료가 전쟁 이전에 비해 5배 가까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종전이 되더라도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높은 보험료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방위적인 비상 경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대책 회의를 통해 실물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지시했다.
우선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해 국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핵심 원자재의 수급 안정을 위해 나프타 수출 통제 조치를 즉시 시행한다.
특히 물류 마비에 따른 요소 및 요소수 수급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발효하고 긴급 수입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전력 공급 대책도 강화한다. 산업부는 현재 70%대인 원전 가동률을 80%대로 높여 에너지 자립도를 확보하고 고유가에 따른 발전 비용 부담을 상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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