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위반 혐의…벌금 300만원 선고
法 "투표질서 훼손…연설, 계획적 선거운동"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확성기를 이용해 특정 후보의 낙선을 호소하고, 대선 당일 투표소에서 소란을 피운 60대 남성목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법원의 판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건은 지난해 4월 11일, 울산광역시 동구 울산대교 전망대 광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이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방문 소식에 지지자와 반대자 수십명이 뒤섞인 상태였다.
이때 울산 소재 교회 목사인 A씨는 직접 준비해온 마이크와 스피커를 꺼내 들었다. A목사는 약 2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대통령을 배신한 한동훈은 자격이 없다", "한동훈과 이재명이 짝짜꿍이 되어 북한과 연방제로 가는 순간 자유가 없는 나라가 된다"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군중을 향해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걸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의하면 소리 질러!"라고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고, 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빨갱이, 배신자"라는 구호를 제창하게 하는 등 낙선 운동을 주도했다.
A목사의 행동은 선거 당일인 지난해 6월3일 투표소에서도 계속됐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A목사는 투표관리관이 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정자(正字)'로 정중히 서명해달라고 요청하자 소란을 피웠다.
A목사는 볼펜으로 관리관들을 번갈아 가리키며 "난 정자를 못 쓴다. 어떤 놈이 이렇게 만들었냐. 왜 국민 이름을 초등학생도 아니고 정자로 쓰라고 하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관리관이 지침을 설명하려 하자 A목사는 "설명해 봐라. 나 경찰에 신고할래? 나랑 싸우게?"라며 더욱 언성을 높였다.
급기야 그는 투표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향해 몸을 돌려 "여러분 잘 들으세요. 지금 부정선거 논란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죠? 엊그저께 이재명이 찍힌 사전 투표용지가 나왔다는데 이게 사기다"라고 외치며 투표소 분위기를 흔들었다.
관리관이 "더 이상의 소란은 안 된다"며 최종 제지하고 112에 신고한 뒤에야 A목사는 투표소를 벗어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박정홍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목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목사는 "단순한 이의제기였고, 연설은 1인 시위 차원의 개인적 견해 표명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투표소 소란과 관련해 "소란한 언동은 반드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고, 투표소의 평온한 질서를 해칠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관리관의 '소란 중단' 요구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법적 근거에 기반한 구속력 있는 명령에 해당한다"며 "이에 불응하고 발언을 이어간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불법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도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에 확성장치를 사용해 특정 후보의 이름을 명시하며 낙선을 유도한 행위는 선거인의 관점에서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선 계획적인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선거관리의 적정성을 침해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이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과 30년 넘게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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