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교수, '한국 경제성장의 정치경제학: 성찰과 교훈' 출간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 관점서 분석한 압축성장 실체
신분계급 붕괴가 불러온 '역동성'과 '코리안 드림'의 본질 조명
"중진국 함정 넘어선 비결과, 현재 韓경제 직면한 위기 통찰"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대한민국은 어떻게 폐허 속에서 반세기 만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을까?"
국제기구와 정부, 학계를 두루 거친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 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한국 경제성장의 경로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신간 '한국 경제성장의 정치경제학: 성찰과 교훈'을 출간해 화제다.
폐허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이 반세기 만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배경을 역사, 지정학, 정책, 사회적 역동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과 현재의 위치, 그리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조망한다.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 초대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영국·주미국 특명전권대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장기간 국제기구에서 한국 경제를 비교 관점에서 관찰했으며, 한국 정부의 정책 수립과 대학에서의 연구를 병행해 온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풍부한 실무 경험과 학문적 깊이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독특한 발전 경로를 추적해 왔다. 이런 다양한 경륜과 통찰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다층적으로 해석했다.
◆'아메리칸 드림'보다 강했던 '코리안 드림’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을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우선 천시는 세계 교역 질서가 급변하던 시기에 한국이 수출 중심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며 기회를 포착한 점을 의미한다.
지리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경제 협력과 기술 이전을 이끌어낸 조건을 뜻한다.
인화는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자원의 결집을 의미하며, 이러한 요소가 결합해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저자는 한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을 설명하는 핵심 동력으로 '신분계급 질서의 붕괴'를 제시한다.
해방과 한국전쟁, 토지개혁을 거치며 기존의 신분 구조가 해체되면서 사회 전반에 기회의 평등이 확대됐다.
과거 일부 계층에 집중됐던 성공 가능성이 전 국민으로 확산되면서 경제 활동 참여와 경쟁이 활성화됐고, 이는 높은 저축률과 교육 투자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미국보다 더 강한 '코리안 드림'의 기반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오히려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쟁 이후 국가 재건 과정에서 산업 기반이 재편됐고, 국제사회 지원과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정책이 결합되면서 성장의 동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구조개혁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한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어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저자는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도 함께 짚었다.
한국은 경제 규모 확대와 소득 증가를 이뤘지만, 삶의 질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낮은 행복도와 저출산, 높은 자살률 등 사회적 지표는 압축성장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됐다.
경제력 집중과 산업 구조의 이중구조 심화, 사회적 신뢰 부족이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사회적 갈등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한국 성장의 유일한 해법은 결국 '사람'
과거 성장을 이끌었던 외부 환경, 즉 '천시'와 '지리'는 더 이상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제는 오히려 역풍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앞으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갈등과 분열이 아닌 포용과 통합을 통해 힘을 모으는 '인화'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뤄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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