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현대차·셀트리온 등 자사주 소각 대신 '임직원 보상'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국민연금 "상법 개정 취지 어긋나 '반대'"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주주 가치 제고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임직원 보상 등 경영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다. 올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나서고 있는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들에 대해 줄줄이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2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최근 SK하이닉스, 현대차, 셀트리온, 한미반도체, 한화시스템, SK네트웍스 등의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해당 기업들이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는 대신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자사주 관련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대거 반대표를 행사 중이다. 기업들이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자사주를 폭넓게 처분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CJ대한통운, 롯데지주, 미래에셋증권, SK이노베이션 등의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최대주주 등의 찬성만으로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라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내에 의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해당 사유를 정관에 규정하면 예외를 인정했다. 임직원 보상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의 목적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예외 보유가 가능하다.
이 같은 예외 규정을 활용한 '우회 전략'이 확산되자 국민연금은 상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반대가 실제 안건 부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율은 대체로 5~10% 수준에 그쳐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강화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이행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경영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결정, 전자주주총회 배제 등 안건에서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총 시즌에 앞서 "일부 기업들이 올해 주주총회에 개정 상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정관을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의결권 행사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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