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대신 '절약 호소'…정부 에너지 수요 관리 시험대

기사등록 2026/03/27 06:00:00 최종수정 2026/03/27 06:04:24

李 에너지 절감 동참 요청하며 "전기요금, 변경 않고 유지"

가격 조정 통한 수요 억제 배제…자발적 참여로 가능할까

"정부, 현 상황 심각성 얼마나 전달했나…가정 요금 올려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 계량기의 모습. 2026.03.23. myjs@newsis.com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중동 사태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정부가 전력 수요 관리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동결 방침을 재확인했다.

가격 조정을 통한 수요 억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절약 유도'만으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을지, 정부 대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라 지난 25일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에너지 절감과 전기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주길 강하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은 인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기 부분은 한전이 독점 공급하고 있고, 즉 반대로 이야기하면 정부가 100% 책임지고 있는 구조라서 전기요금은 웬만하면 지금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26. photocdj@newsis.com

이어 "전기요금을 계속 이대로 유지할 경우 정부 재정 손실도 문제고, 과도한 에너지 낭비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전기 사용을 각별히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가격 조정 대신 자발적 에너지 감축으로 수요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약 20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다. 하루 이자만 1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역시 이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전 적자가 200조라고 한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그 점을 고려해서 특히 에너지 절감, 전기 사용 줄이기에 많이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으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SMP)은 발전 연료비에 연동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은 전력을 판매할 때마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전의 전력 구매비가 대폭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LNG 가격이 SMP를 결정하는 구조에서 한전 부채는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2026.03.23. myjs@newsis.com

실제로 한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SMP에 비해 낮은 판매 단가로 적자 규모를 키웠다.

그해 12월 SMP 상한제가 시행됐으나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킬로와트시(㎾h) 당 구매 단가(177.7원)에 비해 전력 판매단가(140.4원)가 낮아 한전은 ㎾h당 37.3원 손해를 봤다.

누적 영업 손실은 32조6034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은 올해 2분기에 적용될 연료비조정단가도 1㎾h당 5원으로 유지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16개 분기 연속, 일반용 전기요금은 12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이처럼 한전의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도 요금 상승이라는 카드를 배제한 정부의 선택이 에너지 절약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위한 12가지 국민행동 홍보에 나서는 등 열을 올리고 있다.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 외에도 적정실내온도 유지, 낮 시간대 전기차 및 휴대폰 충전하기, 불필요한 조명 끄기, 샤워 시간 줄이기, 세탁기·청소기는 주말에 사용하기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민간 기업과 가정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캠페인도 병행 중이다. 이에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은 차량 10부제, 조명 50% 소등 등 자발적 절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에너지 절약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요금 상승을 배제한 채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할 경우 수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 수요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며 "다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얼마나 전달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량 5부제도 공공 부문만 할 것이 아니라 민간도 함께해 전기 사용량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며 "전기의 소비 감축을 위해서는 결국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력 수요가 계절과 산업 활동에 밀접하게 연동되는 점,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 비중이 높은 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한전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판매 전력량은 산업용 2만3302기가와트시(GWh)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일반용과 주택용은 각각 25%, 15% 수준에 그쳤다.

용도별로도 제조업이 2만804GWh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뉴시스] 에너지절약 관련 12가지 국민행동.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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