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절제된 터치로 완성한 서정성 극대화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고요에서 시작된 한 음이 깊이 꽂혔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힘을 덜어낸 해석으로 버르토크를 풀어냈고, 섬세한 터치로 음와 음 사이의 여백을 살려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사카리 오라모 &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with 손열음' 공연은 과시보다 절제를 택한 협연이었다.
1930년에 창단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창단 100주년을 앞두고 1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사카리 오라모가 이끄는 악단은 이번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첫 협연을 선보였다.
협연곡은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작곡가의 유작으로, 마지막 17마디는 제자 셀리 티보르가 스승의 메모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앞선 두 협주곡 에 비해 서정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손열음은 강한 타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선율 사이의 여백을 드러내는 쪽을 택했다.
1악장은 헝가리 민요풍 선율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 받은 구조다. 손열음은 리듬의 탄력을 유지하면서도 음을 과하게 부풀리지 않았고, 악단은 이에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2악장 '아다지오'에서는 손열음의 손끝에서 작곡가의 내면이 드러났다. 생의 마지막을 예감한 작곡가가 삶을 담담하게 바라본 심정이 음악에 스며들었다.
조심스레 한 음을 연주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선율의 잔향은 마지막까지 여운이 지속됐고, 서정성이 극대화됐다. 손열음과 악단의 협주는 강한 에너지를 택하기 보다 고요에 빛나는 소리의 아름다움에 집중했다. 미세한 울림에 서정성이 더욱 짙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 기류를 타면서 생동감이 가득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팀파니가 박진감을 끌어 올리자 1악장의 경쾌한 분위기로 회귀했다. 피아노의 독주에 현악과 관악이 올라타며 이를 더 증폭했다.
손열음은 이날 앙코르곡은 슈만의 슈만 정경 중 7번 '예언의 새'로, 그가 앙코르곡으로 자주 선보인 작품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BBC 심포니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을 통해 화려한 연주의 면모를 보였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관현악이 음을 쌓으며 점점 점진해 가며 폭발적인 절정에 달했다. 마치 비상(飛上)하는 듯한 움직임이 떠올랐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손열음과 BBC 심포니는 26일 예술의전당에서 한 차례 더 호흡한다. 이날 협연곡은 브리튼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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