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번번히 무산…'실효성' 탓
처벌 강화 엇갈려…공통 결론 "재범 차단 중요"
전문가들 "보호처분 후 시스템 구축이 핵심"
법무부는 2007년 소년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췄다. 반면 상한 연령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73년 간 만 14세로 유지되고 있다.
상한 연령 하향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2022년 법무부가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대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소년범죄를 줄이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범죄 억제를 위해서는 재범 방지 중심의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번 범죄에 노출된 촉법소년이 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지 못하면 처벌 수위를 높여도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소년원 송치에 해당하는 8~10호 처분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청소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중한 처분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 수준의 촉법소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심층적인 분석이나 구체적인 처방 없이 매번 비슷한 대책만 내놓으면서 범죄 증가를 방치하고 있다"며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은 필요하지만, 소년법원의 온정주의를 고려할 때 단순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처벌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처분 인프라와 소년교정 시스템을 함께 개선해야 실질적인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현재 소년원과 보호시설의 과밀화, 프로그램 부족 등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최근 소년범죄의 특징으로 '흉포화'와 '연소화'를 동시에 꼽았다. 신체 발달이 빨라지고 사회 환경이 변화하면서 더 어린 연령에서 더 강한 범죄가 나타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연령 하향 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곽 교수는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범죄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단순한 연령 하향이 아니라 청소년의 행동과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이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곽 교수는 "단순히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실제 행동과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며 "교육과 교정 프로그램, 보호처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논의가 충분한 원인 분석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 교수는 "촉법소년 증가를 두고 가족 해체나 사회 변화 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어떤 배경의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주배경 아동 등 사회가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 집단이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다문화·이주배경 아동의 증가와 학교 중도 탈락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이러한 인구학적 특성을 반영한 연구 없이 연령을 낮추는 논의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이 가려운 곳 긁어주는 단기적 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에서 왜 범죄가 발생하는 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