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오만석 "운명처럼 만난 '헤이그'…기억해야 할 이름들"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3/26 07:00:00

헤이그 특사들의 여정이 가상의 인물 이야기 더한 창작 뮤지컬

2018년 이준열사기념관 찾았던 송일국 "운명처럼 주어진 작품"

오만석 "언제 꺼내봐도 재밌고, 바람직한 참고서 같은 작품되길"

다음 달 1일 개막…6월 21일까지 NOL 유니플렉스 1관서 공연

배우 송일국(왼쪽)과 오만석이 창작 뮤지컬 '헤이그'에 이상설 역에 출연한다. (사진=글림아티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조선을 구해주세요, 조선을 지켜주세요."

일본 침략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로 향했던 특사들의 이야기가 119년의 시간을 건너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헤이그'는 1907년 헤이그 특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고종의 특명을 받고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이상설·이위종의 여정에, 이들을 돕는 또 다른 특사가 있었다는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

헤이그 특사단을 이끄는 리더 이상설 역에는 송일국과 오만석, 원종환이 캐스팅됐다.

최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송일국과 오만석은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인물을 더해지며 더욱 입체적인 이야기가 완성됐다"고 입을 모았다.

가상의 인물로는 우등생이었으나 법관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정우, 이준 특사의 친구이자 정우의 형인 나선우, 정우의 친구이자 특사들을 돕는 홍채경 등이 등장한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이 더해지면서 내용이 굉장히 재미있게 만들어졌어요. 사랑도, 우정도, 희생도 있고요. 교육적으로도, 드라마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이죠."(송일국)

"헤이그 특사 세 분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분들의 노력도 있었을 거예요. 역사 속에 기억되지 않은 분들을, 비록 허구지만 다뤄보면서 '그 상황에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하는 접근으로 풀어낸 이야기에요."(오만석)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송일국에게 이번 작품은 각별하다. 그는 대학생들과 항일유적지 탐방을 10년 넘게 이어왔고, 2006년 MBC 드라마 '주몽'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대중에게 알린 바 있다. 2010년에는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나는 너다'로 첫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다.

송일국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이번 작품에 참여한 의미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사람들에게 역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배우로서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가진 능력보다 잘 된 건 그런 이야기를 알리라는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품이 주어진 것도 운명이지 않을까요."

송일국은 2018년 아내와 세 아들 대한·민국·만세와 여행 중 헤이그를 찾아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한 적도 있다. 당시 챙겨놓은 기념관 팸플릿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이번 공연에 참여하며 다시 꺼내보고는 각별한 인연을 되새기고 있다.

[서울=뉴시스]배우 송일국이 2018년 가족과 함께 방문한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 팸플릿. 송일국은 이를 소장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 '헤이그'에 출연하게 되며 다시 꺼내놨다. (송일국 제공)

[서울=뉴시스]배우 송일국이 2018년 가족과 함께 방문한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에서 찍은 세 아들 대한·민국·만세의 기념 사진. (사진=송일국 제공)

송일국의 이야기를 들던 오만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도 '헤이그'는 또 하나의 운명 같은 작품이다.

'달고나', '김종욱 찾기', '그날들' 등 창작 뮤지컬과 '킹키부츠', '헤드윅' 등 라이선스 작품 등 다양한 초연 무대를 경험한 오만석은 이번 '헤이그'로 또 한 번 초연과 마주했다.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주목했다.

오만석은 "가사 중에 '실패한다 해도 반드시 누군가 기억을 해줄 것이고, 또 새로운 불꽃이 될 것이다'는 표현이 있다"며 "누군가는 실패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발걸음 하나하나가 결국 오늘의 우리를 만든 만큼 그 역사도 의미 있고 숭고하다는 이야기를 작품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분들 중에도 역사를 위해 희생하고, 고생하신 분들이 있다"며 "그분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는 뮤지컬 '쓰릴미', '하트셉수트' 등을 연출한 박지혜 연출가와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로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음악상을 수상한 김보영 작곡가 등이 참여했다.

오만석은 "노래에 힘이 있는 작품"이라며 "우리 젊은 배우들이 노래를 다 너무 잘해서, 좋은 노래를 듣는 것도 이번 작품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난 아직 음악적으로 부족하다"며 한껏 몸을 낮춘 송일국은 합창반 출신의 아내와 절대 음감인 아들 민국이에게 노래를 지적받고 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창작 뮤지컬은 처음이라 엄청난 도전인데, 아내가 '하늘이 커리큘럼을 짜주는 것 같다'고 한다"며  "이번 작품에서 노래로 후배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 게 목표"라며 웃음 지었다.
배우 송일국(왼쪽)과 오만석이 창작 뮤지컬 '헤이그'에 이상설 역에 출연한다. (사진=글림아티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사들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의 마음 한켠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우리는 5000년 역사에서 문화, 군사, 경제적으로 가장 번영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럴 때 나태해질 수 있잖아요. 이 작품은 어찌보면 실패한 역사죠. 하지만 이걸 교훈 삼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송일국)

"학교에 가면 교과서도, 참고서도 있잖아요.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죠. 이 작품은 교과서라기 보다 참고서 같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요. 언제 꺼내봐도 재미있고, 바람직한 참고서 같은 역할을 하면서 많은 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오만석)

'헤이그'는 다음 달 1일부터 6월 21일까지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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