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발 유가 폭등에 강달러 직격탄…파키스탄 등 비축유 고갈 위기
25일(현지시간) 아랍권 언론인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피격에 따른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이집트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은 유가 폭등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채 부심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석유 및 디젤 비축량이 수주 내 바닥날 것으로 보이자 학교를 폐쇄하고 정부 기관에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고강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놨다.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국민 부담을 우려해 연료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보조금 지급이 불가능해져 경제 활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방글라데시는 이미 일부 지역 주유소가 바닥났으며, 스리랑카는 매주 수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차량별 연료 배급제를 시행 중이다. 이집트 또한 재정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디젤 및 취사 가스 가격을 최대 22% 인상했으며, 상점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들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강달러' 현상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면서 개도국들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고, 이는 고스란히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선웨이 대학의 예킴렝 교수는 "부채가 많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압박, 재정난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대규모 사회 혼란과 재정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가 상승이 농업과 물류비에 반영되면서 식량 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4월 밀 수확기를 앞두고 농기계와 운송 트럭에 쓰이는 디젤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식인 밀가루 가격 폭등이 예견된 상태다. 이슬라마바드 지속가능발전정책연구소의 칼리드 왈리드 연구원은 "가계의 충격 흡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 식량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그 파급력은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