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궤도 정거장보다 표면이 우선"…루나 게이트웨이 대신 거주형 기지 구축 집중
2028년 '핵 추진' 우주선 띄워 화성으로…심우주 탐사 게임 체이저 기술 실전 배치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트럼프 정부의 국가 우주 정책 완수를 위해 유인 달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전면적인 손질에 나섰다. 향후 심우주 탐사의 교두보로 삼을 예정이었던 달 궤도 기지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 구축 대신 달 표면 거점 확보와 기지 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NASA는 24일(현지시간) 개최한 '이그니션(Ignition)' 행사를 통해 미국의 우주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기관 차원의 대대적인 혁신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까지 달 복귀를 성사시키고, 지속 가능한 달 기지를 구축하는 '속도전'에 있다.
◆"강대국 경쟁 속 임무 성패는 '월 단위'로 측정"…게이트웨이 대신 '달 표면 인프라' 집중
제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이날 행사에서 "나사는 다시 한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고자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까지 달에 복귀하고, 달 기지를 건설해 지속 가능한 거점을 확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그는 "강대국 간의 경쟁 속에서 임무 성패의 척도는 연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측정된다"며 우주 탐사 분야가 ‘시간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 아래 NASA는 아르테미스 아키텍처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달 궤도 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의 중단이다. NASA는 현재 형태의 게이트웨이 건설을 멈추고, 대신 달 표면에서 지속적인 작전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구축으로 초점을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다.
이미 기존에 개발됐던 일부 하드웨어는 용도에 맞게 재활용하거나 국제 파트너들의 참여를 유도해 표면 기지 건설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NASA가 절차적 완성도보다는 '달 표면 안착'이라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더 빨리 도출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인다.
◆3단계 달 기지 건설 로드맵 공개…2027년부터 착륙 템포 높인다
NASA는 달 기지 건설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1단계인 '구축, 테스트 및 학습' 단계에서는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CLPS)를 통해 로버와 과학 장비를 대거 투입한다. 일회성 미션이 아닌 반복 가능한 모듈식 접근을 통해 전력 생산, 통신, 항법 등 달 표면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한다.
2단계 '초기 인프라 구축'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이 반복적으로 머물 수 있는 준거주형 시설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가압 로버 등 국제 파트너들의 자산이 적극적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마지막 3단계인 '장기 체류 기반 마련'에서는 화물 운송이 가능한 유인 착륙 시스템(HLS)을 가동해 영구적인 달 기지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NASA는 2027년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을 통해 지구 궤도에서 통합 시스템을 점검하고, 이후 매년 최소 1회 이상의 달 표면 착륙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2027년부터는 연간 최대 30회의 로봇 착륙을 목표로 하는 등 탐사의 템포를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ISS 퇴역 이후 저궤도 공백도 막는다…'핵 추진 우주선'으로 화성 겨냥
달 탐사뿐만 아니라 지구 저궤도(LEO)와 심우주 탐사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 이후의 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 소유의 '코어 모듈'을 먼저 조달하고, 이후 민간 모듈을 결합해 상업용 우주정거장으로 분리시키는 단계적 전환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민간 시장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심우주 탐사를 위한 '게임 체인저'인 핵 추진 기술의 실전 배치도 공식화됐다. NASA는 2028년 말 이전에 최초의 핵 추진 행성 간 우주선인 '스페이스 리액터-1 프리덤(SR-1 Freedom)'을 화성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핵 전기 추진(NEP) 기술은 기존 태양광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인 대량 운송을 가능하게 해 향후 유인 화성 탐사의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NASA는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내부 조직과 공급망 관리 방식도 혁신한다. 수천명의 계약직 직무를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해 핵심 기술 역량을 내재화하고, 모든 주요 공급업체와 하청업체 현장에 나사 전문가를 직접 배치해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NASA의 변화가 향후 수십 년간의 우주 탐사 지형을 바꿀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민간 협력을 극대화하면서도 국가 주도의 핵심 기술(핵 추진 등)은 확실히 챙기는 '투트랙' 전략이 미국의 우주 우위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NASA는 이번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수일 내에 달 과학 탑재체 모집 및 저궤도 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요청서(RFI)와 제안요청서(RFP)를 잇달아 발행하며 본격적인 실행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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