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오딘 신화' 쓴 카카오게임즈 경영권 내려놓는 이유

기사등록 2026/03/25 10:29:33

라인야후 출자 LAAA, 카겜 최대주주로…카카오는 2대 주주로

신작 공백·실적 둔화 속 지배력 축소…그룹 슬림화 전략 반영

[서울=뉴시스] 카카오 사옥. (사진=카카오 제공) 2026.0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오동현 기자 = 카카오가 콘텐츠 부문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최대주주 자리를 라인야후 측에 넘긴다. 최근 대형 신작 흥행 부진과 기존 지식재산(IP) 매출 둔화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그룹 자원을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중심의 핵심 플랫폼 사업으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 목적 법인 '엘트리플에이(LAAA) 인베스트먼트'(이하 LAAA)는 카카오로부터 카카오게임즈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카카오게임즈가 발행하는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에 참여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2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1745만8354주)를 결의했다.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발행했으며 전환 시 434만4048주의 신주가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게임즈 지배구조를 보면 카카오가 37.57%로 최대주주에 있으며 김재영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의장, 텐센트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전환사채 물량까지 포함한 완전 희석 시 카카오 지분율은 약 30% 수준으로 낮아진다. 반면 LAAA는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카카오가 보유한 구주 일부를 LAAA에 추가 매각하는 절차를 거치면 최대주주 지위가 LAAA로 넘어가게 된다.

카카오는 아직 구체적인 지분 매각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질 것이라 예고한 만큼 10% 이상의 지분 매각이 있을 전망이다.

◆'오딘' 신화 쓴 카겜, 실적 둔화·그룹 슬림화로 주인 바뀌어
[서울=뉴시스] 카카오게임즈 '오딘:발할라 라이징' 대표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정리한 배경에는 실적 부진과 함께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슬림화 전략이 동시에 작용했다.

카카오는 2016년 다음게임과의 합병 등을 통해 카카오게임즈를 본격적으로 키웠다. 이후 모바일·PC 게임 퍼블리싱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그룹 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기록적인 흥행은 당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카카오 본체 대표로 선임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4650억원, 영업손실 39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6% 줄었는데 대형 신작 부재와 기존 지식재산(IP) 매출 둔화가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성남=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9일 경기 판교테크노벨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 개통식'에서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6.03.09. bluesoda@newsis.com

이와 함께 카카오가 그룹 슬림화에 나서며 비핵심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말 주주서한을 통해 국내 계열사 수를 80곳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엑스엘게임즈, 메타보라 등 10여개가 넘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지분 구조 재편을 통해 핵심 사업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계열사 축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이번 지분 조정에 대해 "카카오는 AI와 카카오톡 중심의 기술·플랫폼에 집중하고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각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정했다"며 "글로벌 인프라를 보유한 라인야후와의 협력이 카카오게임즈의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고용 승계 명문화…2대 주주로서 연대 지속"
카카오게임즈 CI(사진=카카오게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카카오는 경영권을 넘기면서도 카카오게임즈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남아 카카오게임즈의 중장기 성장을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카카오는 이번 매각 계약 조건에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기존 근로조건 승계를 명문화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축적해 온 조직 역량과 기업 문화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이번 지분구조 재편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최대주주와의 협업 기반을 넓히고 기존 개발력과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투자 유치와 지분구조 재편은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카카오와 라인야후 주식회사를 비롯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26일 각각 제주 스페이스닷원(카카오 본사)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발표된 직후 열리는 주총인 만큼 주주들의 질의와 이사회의 답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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