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베리 강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지 않는다

기사등록 2026/03/26 06:00:00

오늘 데뷔 7년 만에 첫 솔로 싱글 '프리 폴링' 발매

솔로 활동 병행 기념 인터뷰

"제가 불안한 궁극적인 이유, 팬들 때문에 너무 행복해서"

[서울=뉴시스] 베리베리 강민. (사진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떤 상태를 정확하게 명명하려는 시도는 때로 그 대상의 본질을 훼손한다. 하지만 그룹 '베리베리(VERIVERY)'의 막내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홀로 선 강민(23)은 26일 발매하는 자신의 첫 솔로 싱글 '프리 폴링(Free Falling)'을 통해 '불안'이라는 형체 없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그 파동의 궤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논현동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강민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유일한 지지대라는 걸 아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데뷔 7년 만에 낸 이번 솔로 싱글이 "정답을 찾지 못한 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흔들림의 기록"이라고 정의했다.

아이돌이라는 숙명은 종종 '정확하게 수치화된 사랑' 앞에 내던져진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보이즈 2 플래닛'에서 9위라는 성적표를 받고, 아쉽게 프로젝트 그룹 '알파드라이브원'(알디원) 멤버에 포함되지 못한 경험은 강민에게 실존적 물음표였다.

"사랑받지 못하면 나의 존재 가치가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더 갈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해서 안 완벽한 것도 아니거든요. '완벽'이라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의 말처럼 '프리 폴링'은 통제 불능의 추락이 아니다. 균형을 잡기 전 공중에 머무는 찰나의 정지, 즉 '중력을 거스르는 자아의 유영'에 가깝다. 강민은 젠지(Gen-Z) 세대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돌로서 보여줘야 할 미학적 완성도를 위해 '불안의 서사화'를 택했다. 완벽함이란 결점의 부재가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그는 감각적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베리베리 강민. (사진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의 문을 여는 '인트로 : 스몰, 프래질 앤드 스틸 히어(Intro : small, fragile and still here)'는 로파이(Lo-fi)한 질감으로 소년의 불완전한 내면을 스케치한다. 스스로를 '작은 별'에 비유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내레이션은, 이어지는 타이틀곡 '프리 폴링'의 컨템포러리 R&B 선율 속에서 위태로운 관계의 미학으로 확장된다.

특히 수록곡 '인 더 미러'는 이번 앨범의 철학적 중추다. 거울 속의 자신을 끌어안지 못하는 자아 고백적 서사는, 부산에서 올라온 '상남자' 소년이 '책임지는 아이돌'로 성장하며 치러야 했던 통행세와도 같다.

"연습생 때는 형들한테 혼나는 게 무서운 정도였지, 이런 깊은 불안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랑을 받고 그 사랑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민이 깊어졌죠. 팬분들이 시간과 마음을 소비해서 저를 사랑해 주시는데, 책임감 없이 활동하는 건 잘못된 일이니까요. 이 불안은 결국 잘하고 싶은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역설의 미학…행복하기에 불안한 기하학

강민이 지향하는 무대는 샤이니 태민이나 마이클 잭슨처럼 '이유 없이 풍기는 멋'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숙련도를 넘어, 본연의 아우라가 3분이라는 시간을 장악하는 미학적 순간을 의미한다. 그는 회사 측이 제안한 '멋진 곡' 대신 자신의 내면을 담을 수 있는 '몽환적 서사'를 고집하며 본인만의 영토를 구축했다.
[서울=뉴시스] 베리베리 강민. (사진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강민은 이번 싱글이 도달하려는 최종 목적지가 '해소'가 아닌 '공유'임을 밝혔다. 불안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금기처럼, 밀어낼수록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제가 불안한 궁극적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팬들 때문에 너무 행복해서거든요. 불안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사랑 받고 싶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강민이라는 가수가 솔로로 나왔는데 꽤 괜찮네'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그의 추락(Free Falling)은 바닥을 향한 하강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깊게 침잠하는 과정이다. 80점의 만족감을 남겨두고 다시 무대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미완성이라서 더 아름다운 성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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