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비디오아트가 동유럽으로 진출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과 폴란드 바르샤바현대미술관(MSN, 관장 요안나 미트코프스카)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다: 한국영상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바르샤바현대미술관 내 영화관 ‘키노뮤제움(KINOMUZEUM)’과 다목적 공간 ‘아고라(Agora)’ 등에서 3일간 진행되며, 한국 비디오아트의 초기부터 동시대 뉴미디어까지를 6개 섹션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핵심은 ‘시간의 압축’이다. 1960~70년대 실험적 비디오와 퍼포먼스에서 출발해, VR과 게임, AI까지 이어지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계보를 한 자리에서 조망한다.
프로그램 1과 2에서는 한국 비디오아트의 태동기를 집중 조명한다. 박현기의 ‘무제’(1980), 이강소의 ‘페인팅-78-1’(1977) 등 매체 경계를 해체한 초기 작업과 함께, 김순기의 ‘조형상황 I-III’(1971~74) 등 퍼포먼스 기반 비디오 작품이 상영된다. 이는 한국 미디어아트가 ‘기술’이 아니라 ‘몸과 행위’에서 출발했음을 환기한다.
이후 프로그램은 동시대적 질문으로 이동한다. 역사·국가·자연을 다루는 작업에서는 권혜원, 이끼바위쿠르르, 권하윤 등이 공적 서사에서 삭제된 기억을 복원하고, 자본주의와 노동을 주제로 한 섹션에서는 차재민이 비가시화된 노동과 돌봄의 층위를 드러낸다.
대중문화와 게임, 뉴미디어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는 김아영, 정여름, 야광 등이 애니메이션과 게임 언어를 사회적 질문으로 전환한다. 마지막으로 언메이크랩은 AI와 기술 담론을 공동체적 감각과 결합시키며, 기술을 ‘도구’가 아닌 ‘욕망의 거울’로 제시한다.
권하윤의 VR 영화 ‘489년’(2015)은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인 DMZ를 가상 체험으로 재구성하며,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송주원의 퍼포먼스 ‘걷는 몸’(2023)은 작가와 관객이 등을 맞대고 전시장을 걷는 1:1 형식으로, ‘보기’와 ‘이동’ 사이의 긴장을 물리적으로 환기한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이수정 학예연구사와 MSN 큐레이터 세바스티안 치호츠키, 쿠바 뎁친스키가 참여하는 작가 대화와 워크숍이 진행된다.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 올가 비소츠카 원장은 “이번 쇼케이스는 폴란드와 한국 간 문화 교류를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한국 비디오아트의 역사와 동시대 작업을 폴란드 관객에게 소개하게 되어 뜻깊다”며 “양 기관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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