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총' 원년…'방구석 주주'가 바꿀 표심의 향방[주총 권력재편⑤]

기사등록 2026/03/24 07:30:00 최종수정 2026/03/24 07:44:24

내년부터 자산 2兆 이상 상장사 전자주총 병행 실시해야

클릭 한 번에 의결권 행사 가능…기업 의사결정 흔든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주주총회(전자주주총회)'가 의무화되면서, 기업 의사결정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현장 참석이 어려웠던 개인 주주들도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방구석 주주'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상장사들은 당장 올해부터 전자주주총회를 열 수 있다. 내년부터는 현장 주주총회와 함께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해 실시할 수 있고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에는 반드시 현장 주총과 함께 전자주총을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전자주총은 주주가 직접 주총장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소액주주 참여를 확대하고 주총 운영 투명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물리적 거리 제약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주주들이 기업 의사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 전자주총이 시행되면 주주는 물리적으로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실시간 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법적으로 직접 출석과 동일하게 의결권이 인정된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소액주주의 참여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총 시즌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정관 변경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주총 안건에 전자주총 근거를 반영한 정관 변경을 포함시키며 개정 상법에 맞춘 지배구조 정비에 착수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도 뒤따른다. 전자주총은 단순히 기존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주 참여 방식부터 의결권 집계, 질의응답 절차, 보안 체계까지 총회 운영 전반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시간 투표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본인 인증 절차 강화, 해킹, 시스템 장애에 대한 대비 등 기술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또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축돼 온 기존 주총 운영 방식 역시 전면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장 중심 의사진행에 익숙했던 기업들은 온라인 참여 주주와의 소통 방식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며, 예상치 못한 대규모 접속이나 실시간 의견 표출에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역량도 요구된다.

모바일·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개인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경우 기존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 요인이다. 특히 회사·주주 간 의견 대립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욱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전자주총 시대가 내년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주주 참여의 문턱은 한층 낮아지고, 그에 따른 행동주의 성향의 투자자와 소액주주 연대의 존재감도 한층 또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물리적 거리라는 장벽이 사라진 주주총회는 더 이상 일부의 '현장'이 아니라 다수의 '접속'으로 완성되는 공간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업들 역시 이제는 조용한 주총장이 아닌 수많은 개인 주주의 시선과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경영 판단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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