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분기 전기료 일단 동결…'중동 불안 지속' 하반기엔?

기사등록 2026/03/23 09:46:58 최종수정 2026/03/23 09:58:25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 1㎾h당 최대치 5원 유지

인하 요인 발생에도 재무상태 고려해 최대 설정

중동발 연료비 상승 등 전기요금 인상 압박 심화

증권가 "시간대별 단가조정으로 인상시도 난망"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오피스텔 전기 계량기 모습. 2025.12.22. kch0523@newsis.com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전력당국이 올해 2분기에 적용될 연료비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연료비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16개 분기 연속, 일반용 전기요금은 12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중동 정세 불안이 본격화되기 전의 연료비를 계산해 2분기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200조원이 넘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그동안 누적된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을 고려해 연료비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막대한 부채 해결을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3분기는 전력사용량이 많아 요금 인상이 쉽지 않고 최근 정부가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한 만큼 실제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들린다.

한전은 23일 올해 2분기(4~6월) 적용될 연료비조정단가를 1㎾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등도 직전분기와 마찬가지로 유지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일반적으로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고려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현재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2분기 실적연료비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 LNG, 벙커씨유(BC유)의 무역통계가격 평균을 환산계수로 가중해 산출된다. 계산에 따르면 실적연료비는 410.85원/㎏으로 차감 후 적용 기준연료비 494.63원/㎏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변동연료비는 -83.78원/㎏으로 계산됐다. 변동연료비에 전력을 생산할 때 투입되는 연료량을 의미하는 변환계수(0.1335㎏/㎾h)를 적용하면 필요 조정단가는 -11.2원/㎾h 수준이다.

산정 결과를 보면 연료비조정단가는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연료비조정요금 운영지침에 따라 조정단가에는 분기당 ±5원/㎾h의 상·하한이 적용돼 실제 적용 가능한 조정단가는 -5원/㎾h로 제한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인 2월말부터 국제유가가 큰 폭의 상승을 보였지만 4~6월분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에는 반영되지 않아 연료비조정단가 인하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부는 한전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동결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한전이 2021년 2분기부터 발전연료 구입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겨 하루 이자만 120억원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2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적용될 연료비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16개 분기 연속, 일반용 전기요금은 12개 분기 연속 동결되는 셈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한전의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도 정부가 동결 결정을 내린 이유로 꼽힌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97조4345억원, 영업이익 13조5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4.3%, 61.7% 증가했고 역대 최대치를 각각 경신했다.

특히 한전이 연료가격 안정과 요금조정, 자구노력 등으로 2023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연결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만큼 전기요금을 급하게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요금 동결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하반기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성이 심화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데다 이란의 카타르 LNG 생산시설 타격 여파로 LNG 공급 차질 및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어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이행을 위한 자금 확보도 전기요금 인상에 힘을 싣는 요소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오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AI 활용 전력시장과 시스템 혁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과 수출 산업화를 추진한다.

수익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은 채권 발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재 한전채의 발행 한도는 총 90조5000억원 수준으로 향후 발행 가능한 여력은 20조원 미만이다.

2028년에 발행한도가 36조2000억원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발행한 75조원 중 39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갚아야 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빚 갚는 것도 쉽지 않고 에너지 고속도로 이행에 동참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간 분쟁이 장기화돼 연료비상승이 고착화되더라도 연료비 조정요금의 경우 반영시차 8~9개월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의 실적연료비가 상승할 전망"이라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상하한 적용으로 올해 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정부가 전력 공급이 증가하는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을 높이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한 만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당분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산출된 필요조정단가는 -13.3원/㎾h 수준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잠재적인 인하 요인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시간대별 단가조정은 한전의 매출 감소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로인해 전기요금 인상 시도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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