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버려졌던 中 아기, 28년 만에 네덜란드 박사 되어 친부모 상봉

기사등록 2026/03/23 09:18:40
[난창=Xinhua/뉴시스] 최근 28년 전 화장실에 버려졌던 중국인 여성이 네덜란드에서 박사가 되어 친부모와 상봉했다. 사진은 중국 장시성 난창의 한 마을 전경. 2026.03.23.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친할아버지 손에 화장실에 버려졌던 중국인 여성이 입양된 지 28년 만에 친부모를 만났다.

20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다샹뉴스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홍양리(28)는 최근 중국 장시성 난창에서 친부모와 상봉했다.

사건은 28년 전 장시성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됐다. 셋째 딸로 태어난 홍양리는 출생 이튿날 친할아버지에 의해 인근 마을 화장실에 버려졌다.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 탓에 친할아버지가 손녀를 몰래 내다 버린 것이다.

어머니 양샤오잉은 출산 직후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아이를 돌봐주겠다"는 시아버지의 말을 믿었다가 딸을 잃었다. 그는 딸을 어디에 버렸는지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시아버지를 사망할 때까지 원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양리의 아버지 쉬리훙 역시 수십 년간 죄책감을 느꼈으나, 유교적 관습인 '효(孝)'를 앞세워 아버지의 행동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따져 묻지 않은 채 방관했다.

당시 생후 이틀 된 상태로 화장실에서 발견된 홍양리의 곁에는 현금 120위안(약 2만 3000원)과 분유 한 봉지, 생년월일이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이후 네덜란드 부부에게 입양된 홍양리는 현지에서 성장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성인이 된 그는 2024년 12월 중국 실종 아동 DNA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했고, 경찰의 대조 작업을 통해 친부모를 찾았다.

지난 14일 난창에서 열린 만남의 자리에서 친부모는 잔치를 열고 폭죽을 터뜨리며 딸을 맞았다. 어머니는 오열하며 딸을 반겼고, 아버지는 금팔찌와 옥 펜던트를 선물했다.

중국어를 못 하는 홍양리는 자원봉사자의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친부모는 오는 여름 네덜란드를 방문해 양부모에게 직접 고마움을 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딸을 훌륭하게 키워준 양부모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어디서 살지는 전적으로 딸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정한 집안이 아닌 네덜란드에서 박사로 성장한 것이 천운"이라는 반응과 함께, 범행을 묵인한 아버지를 향해 "효심을 핑계로 딸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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