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속도로 세상을 보는 것,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죠"[당신 옆 장애인]

기사등록 2026/03/21 08:00:00 최종수정 2026/03/21 08:08:24

9년간 특수교사 근무했던 진은총씨와 인터뷰

"학부모가 '선생님 덕에 숨 트였다' 기억 남아"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 많아 긴박한 순간도"

[서울=뉴시스] 진은총씨 모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장애인과 함께 산다는 건 다른 속도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으로 9년간 특수교사로 근무한 뒤 현재 서울대학교 특수교육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진은총씨는 뉴시스와 만나 장애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여동생과 함께 자라며 장애와 함께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그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 전문성을 기반으로 특수교육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진씨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함께 자라면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이 특별하거나 낯선 영역은 아니었다"며 "다만 진로를 선택할 때는 그 경험에만 기대기보다 교육 현장에서 내가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굉장히 분명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관계를 맺고 반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솔직하고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고, 그런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느껴 특수교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사, 수업만이 아니다…행동·가정·기관까지 연결되는 직무"

그가 경험한 특수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수업을 넘어선다.

진씨는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일이었다.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 행동을 읽고 보호자와 소통하고 학교 안팎 기관과 연계하는 일까지 다 포함된다"며 "긍정적 행동지원 전문 강사로 활동하면서 제도적인 부분도 많이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그 무게가 버거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복잡함 안에서 보람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도전행동 대응에 대해서는 '원인 분석'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긍정적 행동지원(PBS) 접근법을 중심으로 해왔다"며 "가장 먼저 하는 건 '왜 이 행동이 나타나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전행동은 대부분 아이가 표현하지 못한 무언가의 신호"라며 "행동 자체만 제지하면 결국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또 "관찰을 꼼꼼히 하고 학부모와 통합반 교사와도 정보를 교환해 패턴을 분석한 뒤 개입 전략을 세운다"며 "교사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일관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치를 거부하던 아이…관계가 바뀌었다"

진씨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자폐성장애 학생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여름방학 중 전학 소식을 듣고 기초 러시아어 공부와 가정통신문 번역으로 방학을 보냈다"며 "한국어→영어→러시아어로 이중 번역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해당 학생은 특정 친구에게만 호의적이고 급식에서는 고기만 먹으며 김치는 전혀 먹지 않았고, 또래와 갈등도 잦았다. 진씨는 "같은 반 학생과 매일 다퉜고 중재할 때마다 이중 번역을 거쳐야 해서 보통 교사의 4~5배 에너지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시작됐다. 진씨는 "어느 날 아이가 스스로 '김치 주세요'라고 말했다"며 "친구가 먹는 걸 보고 따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추김치에서 시작해 깍두기, 열무김치까지 먹게 됐고, 음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교우관계도 넓어졌다"며 "적대적이던 감정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한 달 반 정도 지나니 '고마워, 주세요, 싫어요' 같은 표현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 아이를 보며 시도해보지 않은 것에 먼저 도전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부연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가 가장 큰 보람…그러나 제도-현장 괴리 있어"

특수교사로서의 보람은 거창한 성과가 아니라 '작은 변화'에서 온다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숟가락을 혼자 들거나 친구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같은 변화"라면서 "학부모가 '선생님 덕분에 숨이 트였다'고 말할 때 그 말이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특수교육 제도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의 틀은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현장과 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진씨는 "특수학급 학생 수가 많다. 현재  법적기준은 교사 1인당 유치원 4명, 초·중등 6명, 고등 7명이지만 그 기준을 초과한 학급이 대부분"이라며 "학생들 마다 특성이 달라서 교출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교사 1명이 그 학생을 찾으러 교실을 비우게 되는 긴박한 순간이 닥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특수교사들에 "지식보다 환경…번아웃을 개인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진씨는 특수교사들에게는 '지속 가능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교사들은 이미 많은 걸 알고 있다"며 "부족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번아웃이 왔을 때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오늘 이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진씨는 장애아동 부모를 향해서도 "학교는 같이 고민하는 공간"이라며 "교사에게 아이를 충분히 소개하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차이를 함께 나눠야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비장애아동 부모에게는 "아이가 다름을 처음 접할 때 부모의 반응이 결정적"이라며 "어른의 태도가 통합교육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함께 산다는 건 다론 속도로 세상 보는 것…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가 서울대 석사과정을 선택한 이유는 '이론과 실천의 연결'이다. 진씨는 "9년간 현장에서 경험은 쌓였지만 이를 이론으로 검증하고 싶었다"며 "특히 AI와 발달장애 교육의 접점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생각을 도와주는 도구"라며 "생각과 판단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진씨는 "장애인과 함께 산다는 건 다른 속도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며 "형제자매들이 '이게 나만 겪은 일이 아니었구나'라고 느끼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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