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귀갓길에 사고로 숨진 택배기사…法 "업무상 재해 아냐"

기사등록 2026/03/22 09:00:00

택배기사끼리 회식 후 귀갓길 사고…끝내 사망

유족 "업무 위한 회식…출퇴근 재해로 인정돼야"

法 "자발적 회식, 사망·업무 상당인과관계 없어"

[서울=뉴시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최근 택배기사 A씨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26.03.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자발적 회식 후 귀갓길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최근 택배기사 A씨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망인 B씨는 택배기사로 근무하던 인물로, 지난 2023년 12월 사업장의 다른 택배기사들과 함께 저녁 식사 후 귀가하던 중 육교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결국 2024년 1월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A씨 등 유족은 당시 저녁 식사 자리는 단순 친목 도모를 위한 사적 모임이 아니라, B씨와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택배기사들이 업무 관련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으므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회식 후 경로 이탈 없이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출퇴근 재해로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같은 해 10월 회식은 택배기사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자발적으로 실시한 업무 외적인 모임에 해당하며, 업무 종료 후 퇴근하던 중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부지급을 결정했다.

유족 측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역시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장의 사업주나 관리자가 회식 개최를 지시하거나 주관한 사실이 없으며, 소속 택배기사들도 사전에 사업장 측에 회식 관련 양해나 승인을 구하지 않았다. 동료 택배기사 역시 회식은 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장 소장이 회식비 일부를 지원해 주긴 했으나, 이 사정만으로는 사업주의 지배와 관리하에 회식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회식에서 업무 관련 얘기가 오갔단 유족 측 주장과 관련,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근무지나 분실사고 대책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회식 참석자가 모두 택배기사였기 때문에 공통 관심사를 대화 주제로 선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사시 사업장 소속 택배기사에게 대리기사 업무를 부탁하기 위해 친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신규와 기존 택배기사 사이 안면을 익히기 위한 자리 역할도 겸해 업무 관련성이 있단 유족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보기 어렵기에 회식 이후 발생한 사고로 인한 B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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