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해 110조 '사상최대 R&D 투자'…반도체 주도권 확보 '사활'

기사등록 2026/03/22 06:00:00

삼성전자, 작년 90.4조 이어 올해 110조 투입 사상 최대

마이크론도 250억 달러 예고…다년 공급 계약으로 리스크 관리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반도체 업계의 투자 공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첫 '투자 110조원 시대'를 열며 격차 벌리기에 나선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수십조원 단위의 판돈을 거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90조4000억원)보다 대폭 늘린 11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021년 투자액인 70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1.5배가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패키징 라인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총 36조9000억원을 투입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 확충과 청주 공장, 용인 클러스터 등 국내외 패키징 벨트 구축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가세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자본 지출(CAPEX)을 전년 대비 100억 달러 늘린 250억 달러(약 37조5000억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아이다호와 뉴욕 등 미국 내 대규모 생산 거점을 확보해 공급망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메모리 업계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AI 산업 확장에 따른 수요 선점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해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산업에 뛰어들며 메모리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반도체 공장은 건설부터 가동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적기 투자가 곧 미래 시장 점유율로 직결된다는 판단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110조 베팅'은 HBM 시장 지배력을 탈환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세대 HBM(HBM3)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준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설비 투자를 광폭으로 늘리고 있다.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선단 패키징 라인을 조기에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공장 하나에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업황이 꺾일 경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메모리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며 '오더컷(주문 취소)'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AI 붐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진 결과다.

마이크론이 최근 콘퍼런스 콜을 통해 밝힌 대형 고객사와 맺은 5년 단위의 '전략적 고객 계약(SCA)'은 강제성 있는 이행 약정을 통해 투자 가시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삼성전자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3~5년 단위의 다년 계약 추진을 알렸다.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사업의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해 고객사들과 다년 메모리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라인 증설과 신규 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특성상 대규모 선제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이번 투자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물량을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HBM과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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