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충북대·IMEC, 차세대 AI 반도체 소자의 우주 활용 가능성 확인
제작한 차세대 반도체 물질, 고에너지 방사선 극한 환경서 안정 운영
'내방사선반도체 국산화 목표'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소자를 세계 최초로 검증했다. 이번 성과는 우주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와 충북대학교, 벨기에 IMEC 공동연구팀이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우주 탐사 기술 발전으로 우주 시스템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규모와 복잡성은 과거와 대비 급격하게 커졌다. 저궤도 위성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지구 관측이나 통신 관련 입무가 늘어나면서 위성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달·화성 탐사, 심우주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우주에서 즉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처럼 데이터를 모두 지상에 내려보내 처리하는 방식에 점차 한계에 이르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우주에서 직접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적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우주의 가혹한 방사선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내방사선’ 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에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물질인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GZO) 기반의 시냅틱 트랜지스터를 제작해 우주 환경에서의 AI 반도체 활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IGZO는 얇고 투명한 데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논리 소자의 핵심 물질로 꼽힌다. 시냅틱 트랜지스터는 인간 뇌의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을 위한 접합 부위인 ‘시냅스’를 모방하여 저전력으로 고효율 AI 연산을 수행하는 소자다.
연구팀은 소자를 제작하고 특성을 평가한 뒤 원자력연의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해 33MeV급 고에너지 양성자 빔을 조사했다. 조사한 빔의 방사선량은 지구 저궤도 수준의 우주 방사선에 20년 이상(저궤도 위성의 수명이 보통 5~15년) 노출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후 소자의 특성을 재평가한 결과, 소자의 구동 전류가 일부 감소하는 등 성능 저하가 관찰됐지만 반도체의 핵심인 스위칭 동작과 뉴로모픽 소자의 핵심인 시냅스 가소성(뉴런 연결 강도 조절 능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방사선 노출 상태에서의 AI 연산 효율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뉴로모픽 컴퓨팅 시뮬레이션(MNIST 손글씨 인식)'에서 92.61%의 패턴 인식 정확도를 기록했다. 또한 시계열 정보 처리에 적합한 ‘레저버 컴퓨팅’ 시스템을 구현해 4비트 연산 능력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조병진 충북대 교수 연구팀은 소자 제작 및 특성 평가를, 강창구 원자력연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양성자 조사 설계 및 분석을 담당했다.
유태진 벨기에 IMEC 박사는 결과 해석을 지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반도체 공정 재료 과학 저널'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고에너지 방사선이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IGZO 기반 시냅틱 소자가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향후 성능 저하 문제를 보완할 기술적 전략을 추가로 연구하고, 방사선 영향 평가 분석시스템을 강화하여 뉴로모픽 반도체 및 로직 회로 수준에서 검증하는 단계로 연구를 확대해 우주항공용 AI 반도체 분야의 핵심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대현 과기정통부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이번 성과는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AI 시스템이 정상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대한민국이 우주·항공용 AI 반도체 분야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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