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단계별 시장 구조 개편
시장 이원화 따른 양극화 우려도
"투자 판단 기준 될까"…시장 수용성도 과제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시장을 1·2부 리그로 나누고 승강제 시스템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단계별로 시장을 세분화해 '성장 사다리'가 되겠다는 취지지만, 자칫 '우열반' 낙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며 "코스닥, 코넥스, 코스피 시장이 차별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스닥은 성숙한 혁신 기업과 성장 중인 스케일업 기업 등 두개의 리그로 나누고 이동이 가능하게 해 시장의 역동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코스닥 2부 리그제 개편안은 상장 전 코넥스에서 시장 검증을 거친 기업이 코스닥 1·2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단계적 시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프리미엄 세그먼트(가칭)에는 약 80~170개 기업이 포함될 예정이며, 이들 중 최우수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지수도 개발하고 상장지수펀드(ETF)를 연계해 투자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스탠다드 세그먼트(가칭) 기업들은 윗단계로의 승격을 목표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유도해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공시 기준과 진입 요건도 차등화해 두 시장 간 성격을 명확히 구분할 방침이다.
해외 주요 시장도 비슷한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은 ▲나스닥 캐피탈 ▲나스닥 글로벌 ▲나스닥 실렉트 3개 세그먼트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증시를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 3개로 나눠 기업 성장 단계에 맞게 개편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이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우량기업 이탈'을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큰 기업이 코스피로 빠져나가지 않고 코스닥을 지탱해주는 게 코스닥 기업들이 원하는 일"이라며 "코스닥 시장에서도 충분히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시장 확신을 얻게 되면 이전을 안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코스닥을 사실상 우열반으로 나누는 구조가 될 경우 스탠다드 시장에 머무는 기업들에 낙인 효과가 발생해 투자 수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위 시장'으로 인식될 경우 자금이 프리미엄 리그로 쏠리는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세그먼트 분리를 시장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받아들일 지 두고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현재 거래소가 운영하는 '글로벌 세그먼트'처럼 실제 시장에서는 투자 결정에 크게 참고하지 않는 분류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게자는 "프리미엄으로 분류한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기업 분류에 대한 투자자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매분기 평가를 통해 언제든 1·2부 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시장 경직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그간 부실 기업과 묶여 저평가되던 우량 코스닥 기업들에겐 선별된 프리미엄 리그에서 투자자 신뢰를 받을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고영호 과장은 "현재 국민들이 코스닥 시장에 잘 안들어오는데, 프리미엄 리그를 만드는 것 자체가 한번 걸러주는 것"이라며 "국민들도 들어오라고 보여주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탠다드 시장의 경우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나 코스닥벤처펀드(코벤) 등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와서 선별해줘야 한다"며 "그래서 저희가 코벤펀드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공모 배정을 늘려줬고 BDC가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이 코스닥을 별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는 등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논의와 어떻게 맞물려 들어갈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닥 본부를 자회사로 분리해 독립적인 운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에 대해 거래소 노동조합은 코스닥 시장의 부실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실 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자회사로 전환된 코스닥이 무분별하게 상장을 남발할 경우 제2의 '닷컴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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