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남철 센텀종합병원장 "국내 의료시스템 큰 틀 바꿔야"

기사등록 2026/03/18 10:04:46 최종수정 2026/03/18 11:44:24

"인건비 70%만 수가에 반영…검사 중심 구조 왜곡"

"의사 수 확대보다 구조 개편이 우선"

"부산, 의료전달체계·플랫폼 미비"

[부산=뉴시스] 진민현 기자 = 16일 오후 부산 수영구 센텀종합병원에서 박남철 센텀종합병원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6.03.16 truth@newsis.com

[부산=뉴시스]진민현 기자 = "의사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한국 의료 시스템의 큰 틀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미국처럼 월요일에는 개인 병원에서, 화요일에는 시립 병원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게 규제를 풀어 탄력적인 의료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16일 부산 수영구 센텀종합병원 원장실에서 만난 박남철 센텀종합병원장은 현 의료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부산대병원장을 역임한 박 원장은 현재 센텀종합병원장 겸 비뇨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다. 약 45년간 부산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으로, 그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 정책의 한계와 의료 수가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박 원장의 일문일답

- 의대 증원 등 현 국내 의료서비스는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의사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다 겪었던 문제고, 각자 방식으로 풀어왔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를 거쳐 전문의가 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단순 증원으로는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

미국은 '페이닥터' 형태로 과장급만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일반의들과는 진료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도 전공의 수련 기간을 줄이는 등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우리는 페이닥터도 규제가 많고, 특히 공공의료 쪽은 더 빡빡하다.

또 10년 뒤 의사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 사이 의료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 대신 피지컬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 정책은 미래의 기술 트렌드와도 배치된다."

- 미용성형 쏠림 현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의사도 결국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건 '보상'이다. 미국은 생명과 직결된 과일수록 돈을 더 준다. 신경외과나 흉부외과는 평균 70만~90만 달러(한화 약 9억~11억원)지만 피부과는 40~50만 달러(한화 약 5억~7억원) 수준이다. 즉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일수록 단가를 높게 쳐준다. 우리는 반대로 필수 의료 수가가 낮으니까 돈 되는 미용으로 쏠리는 거다."

- 한국은 왜 필수 의료 수가가 낮은가

"보험 때문이다. 필수 의료는 건강보험에서 반드시 보장해야 하니까 수가를 크게 올리기 어렵다. 지금 구조를 보면 병원이 실제로 쓰는 인건비의 약 70% 정도만 수가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의사나 간호사 인건비로 100만원을 써도 70만원 정도만 인정해주는 구조다.

반면 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같은 '정재영' 분야는 수가가 120%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검사 중심 진료가 늘어나고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과잉 진료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 검사 수가는 낮추고 필수 의료 수가는 올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 시스템의 큰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개업의가 특정 의료 기관에 묶여 있는 구조인데, 이를 풀어서 시립 병원이나 공공 병원에서도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처럼 월요일은 개인 병원에서 진료하고, 화요일은 시립 병원에서 진료하는 식의 구조가 필요하다. 모든 공공 병원이 자체적으로 의료진을 다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유기적이고 탄력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의료 공백을 현실적으로 메울 수 있다."

-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 공백 해소에 도움이 될까

"지역에 의사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 자체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지방에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부족한 게 아니다. 이미 충분히 있다. 문제는 필수 의료다. 결국 의사들이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가 핵심이다.

단순히 지역에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심장 수술을 하더라도 지방에서 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로 쏠리지 않고 지방에서도 필수 의료가 돌아간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비효율만 커질 수 있다."

- 부산에서 40년 넘게 의료진으로 근무했다. 부산 의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은

"부산의 의료 인프라는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문제는 의료진들의 의료전달체계 방식과 환자들의 신뢰다. 서울로 환자가 유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료진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에게 '부산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희귀질환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진료는 부산에서도 가능하다. (나도) 현재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데, 한 환자가 서울 치료를 이유로 소견서 작성을 요청한 적이 있다. 해당 환자는 서울에서 진료를 받으면 완치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환자에게 부산에서도 3개월 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고, 결국 치료를 받아 완치 후 퇴원했다. 결국 중요한 건 신뢰다. 시민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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