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멤버, 솔로 활동 성료 후 뭉친 어벤저스 시너지
◆RM, 기록과 사유가 빚어낸 시간의 아카이브
RM(김남준)은 솔로 앨범 '인디고'와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을 가로지르며 '슈퍼스타 RM'과 '하찮은 스물아홉 김남준' 사이의 간극을 치열하게 아카이빙했다. 그는 윤형근 화백의 수묵화처럼 무채색의 진실을 노래하며, 자신의 예술적 영토를 시각적 미학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특정 장소에 놓인 이방인의 소외를 다루면서도, 결국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는 낙관적 미궁을 제시한다. 예술을 통해 "먼저 사람이 되라"는 성찰을 육성으로 새긴 그는, 혼란스러운 청춘의 좌표계 위에서 자신만의 미학적 중력을 잃지 않은 채 스스로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 미궁을 빠져나왔다.
진(김석진)은 타자와의 교감을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동사'로서의 자아를 확립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친 직후부터 팬덤 아미를 향해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전력 질주해왔다. 록 음악을 매개로 마음에 걸린 빗장을 푸는 '열쇠'의 역할을 수행한 그는, 기교보다는 정직한 발성으로 삶의 언어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완벽하지 못한 순간을 기꺼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그의 태도는 자존감이 높은 아티스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투명한 용기다. 그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안고서도 최선을 다해 달리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러너스 하이'를 아미와 공유하며, 진정한 멋은 겉모습이 아닌 끝까지 멈추지 않는 진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다.
슈가(민윤기)는 '어거스트 디' 트릴로지를 통해 슈가, 어거스트 디, 민윤기라는 분열된 자아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삼자대면의 용기를 보여줬다. 그는 뇌의 편도체(Amygdala)를 노래하며 꺼내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응시했고, 금기하던 것을 풀어내는 '해금'의 미학을 통해 자신과 청자 모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 치료센터 설립과 음악 치료 지원은, 음악이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오락을 넘어 실천적인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타자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온전한 심지를 얻었으며, 음악을 통해 우리가 원했는지조차 몰랐던 위로를 안겨줬다.
제이홉(정호석)은 자신의 뿌리인 스트리트 댄스를 인문학적 성찰의 도구로 삼아 공연의 서사화에 성공했다. 활동명의 근간인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 빛인 희망을 정체성으로 삼은 그는, 인생의 리듬을 '잠그고 푸는(Lock/Unlock)' 락킹의 지혜를 무대 위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했다. 고향 광주의 댄스 크루 '뉴런'의 정신을 계승하며 춤이 곧 인식의 통로임을 보여준 그는, 전역 후에도 '좋은 음악이 곧 춤추기 좋은 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했다. 그는 긍정과 희망을 단순히 구호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리듬과 비트를 통해 부정적 상황을 뒤집는 건강한 서사를 구축했다. 그의 춤은 이제 본인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숨겨진 뿌리까지 톺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지민(박지민)은 '페이스'를 통해 직면한 고독한 내면을 지나 '뮤즈'를 통해 사랑이라는 영감의 탄생을 한 편의 뮤지컬처럼 서사화했다. 창작자로서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그의 앨범 구성은 감정의 흐름을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며 청자를 몰입시킨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상반된 에너지를 흡수한 그는, 방황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긍정적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드라마틱한 퍼포먼스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고, 노래 속 대상에 푹 젖어 드는 그의 관능은 청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예술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여정을 통해 팬덤 아미 삶의 '뮤즈'가 돼 가며, 이야기의 힘이 어떻게 영혼을 구원하는지 소리로 증명해냈다.
뷔(김태형)는 솔로 앨범 '레이오버'를 통해 K-팝의 쾌속 주행 속에서 서정적 풍경을 경유하는 느림의 미학을 제시했다. 화려한 수사력을 걷어내고 저음의 매력을 극대화한 그의 보컬은, 고즈넉한 곳에서 정갈한 햇빛을 바라보는 듯한 여백의 공간감을 지어냈다. 곡의 중반부에 플루트 연주를 대담하게 배치하거나 재즈와 가스펠 요소를 몽환적으로 녹여낸 시도는, 밀도 높은 이미지에 피로를 느끼는 대중에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경유지를 제공했다. 평소의 느린 특질을 단점이 아닌 독보적인 예술적 기질로 승화시킨 그는, 현대적인 감각과 아날로그적인 질감을 화학적으로 결합했다. 그의 음악은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서도 시간의 다른 결을 느끼게 하며, 우리를 가장 낭만적인 고요의 정거장으로 안내했다.
정국(전정국)은 '골든'을 통해 영미권 팝 시장이라는 높은 벽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2020년대의 새로운 팝스타로 등극했다. 80년대 레트로 펑크부터 현대적인 UK 개러지까지 아우르는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은, 그가 단순히 아이돌의 틀에 갇히지 않은 '올라운드 엔터테이너'임을 세계에 알렸다. 쇠와 금을 뚫는 '금석위개'의 의지로 11곡의 영어 트랙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마이클 잭슨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계보를 잇는 퍼포머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정국은 아시아 남성 가수가 도달하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옴 파탈'의 관능을 매끈하게 표현하면서도, 무대 뒤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겸손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의 질주는 K-팝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팝 스타의 문법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일곱 명의 개별적 성취는 이제 '아리랑'이라는 하나의 용광로 안에서 거대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각자가 보낸 고독한 창작의 시간은 이제 어벤저스가 결집하듯 강력한 합일로 이어진다.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소우주가 빚어낸 개별적 미학은 완전체 활동을 통해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노래하며, 단순한 물리적 결합 이상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각자의 실패와 성공, 그리고 성찰의 과정을 거쳐 다시 아미의 손을 잡고 우리뿐 아니라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담긴 '아리랑'을 통해 글로벌 감각에 다시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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