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토킹 심각에도 가해자·피해자 위치 연동 안해
경찰·보호관찰소, 가해자 발찌·피해자 워치 연동 안 돼
경찰 "강력 조치 아쉬움…재범 위험성 평가 안 해"
[서울=뉴시스]최은수 이지영 기자 = 경기 남양주시에서 스토킹 피해 여성이 전 동거남에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안일한 조치와 경찰과 보호관찰소 간 공조 부재 등이 도마에 올랐다. 피해자에겐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됐지만, 정작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는 조치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가해자가 이미 전자발찌를 착용한 관리 대상이었는데도 위치추적을 연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8시58분께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노상에서 40대 남성 A씨가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B씨의 직장 근처에서 대기하다 자신의 차량으로 B씨의 차를 가로막은 뒤 유리창을 깨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후 양평으로 도주했다가 약물 복용 상태로 검거됐으며, 경찰은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자는 생전 A씨를 폭력과 스토킹 등으로 여러 차례 신고했다고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시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 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대상자로,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주거지와 직장 등 100m 이내로 접근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였다. 살해 당시 피해자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습격 직후 이를 눌러 구조 요청을 했으나 끝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경찰의 잠정조치는 1호(접근금지)·2호(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3호(유치장 또는 의료기관 유치)·3-2호(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4호(유치장 구금) 순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3-2호는 가해자 행동반경을 실시간 추적해 피해자에게 경보를 보내는 조치로,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3-2호를 법원에 신청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스토킹이 피해자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임에도 피해자가 직접 스마트워치를 눌러 신고하는 안이한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이미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고, 심야 이동 제한 등의 조치를 받아 보호관찰소 관리 대상이었다. 잠정조치 3-2호를 신청했다면 기존 전자발찌에 스토킹 피해자 연동 기능을 추가해 위치추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를 위한 스마트워치 지급 등 각종 조치를 취하면서도 정작 보호관찰소에는 스토킹 신고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전자발찌는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스마트워치는 경찰이 각각 관리하는 구조여서 두 장치가 연동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개최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강력한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구속영장 신청 예정이라 재범 위험성 평가를 안 했다"는 해명도 나왔다. 스토킹 재범위험성 평가는 프로파일러가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 등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스토킹 위험성 요인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 보호 정책이지 가해자 억제 정책이 아니다"라며 "스토킹 가해자 대부분은 분노조절 문제 등 정신적 특성을 갖고 있어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범행 자체를 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경찰은 스토킹 사실은 알지만 가해자 동선을 모르고, 보호관찰소는 피해자 정보가 전혀 없는 정보 격차가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며 "경찰과 보호관찰기관 간 다기관 협력 체계가 긴밀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해자를 직접 차단하는 조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과수 감정에 한 달이 걸리는 동안 극단적인 일은 10초 안에 일어난다"며 "경찰·검사·판사 모두가 잠정조치 4호를 적극 활용해 일단 사람을 살리는 것이 국가 형사 정책의 목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수년간 반복돼왔는데 경찰이 신청을 먼저 하지 않고, 검사·판사도 승인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친다"며 "미국은 스토킹 범죄에 의무 체포·기소 제도를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법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도 "잠정조치 4호 인용률을 높이려면 경찰이 서류에 가해자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고, 가해자를 장기간 수용할 수 있는 구금 시설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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