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내부 저항·우방 외면…카스트로 사후 10년 쿠바 최대 위기

기사등록 2026/03/16 15:17:57

에너지 식량 부족 항의 중부 지역 주민, 지역 공산당사 투석 방화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 좌파 정권, 트럼프 우려로 연료 지원 중단

2020년 이후 275만 명 주민 쿠바 떠나…“계획경제 통치 모델 실패”

[아바나=AP/뉴시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3일 한 한교 내부에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등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체 게바라가 참여한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중남미 좌파의 등대와 같았던 쿠바 공산 정권이 카스트로 사망 10년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체포와 압송 이후 쿠바로의 석유 공급을 차단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쿠바 시위대가 에너지 부족과 정전에 항의하며 공산당 지방 당사에 불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타격을 받은 베네수엘라는 물론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의 우방국들도 미국의 눈치와 정권의 무능 등에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다.

◆ 초유의 공산당 사무실 방화    

중부 도시 모론(Moron)에서 14일 시위대가 공산당 지역 본부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에너지 공급 문제와 식량 부족에 항의하는 이번 시위에서 5명이 체포됐다. 

정부는 “소규모 집단이 돌을 던지고 접수처 가구에 불을 지르는 행위도 있었다”며 내무부가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산당이 유일한 합법 정당인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는 이례적이다.

앞서 9일 아바나대학교 학생들이 미국의 봉쇄로 인한 에너지 부족으로 대학 당국이 강의 폐쇄 등 수업을 줄이는 것에 항의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아바나대는 에너지 위기로 정전 사태와 교통편 폐쇄가 일어나면서 상당수의 강의를 줄이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쿠바는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국토의 65% 이상이 동시에 대규모 정전을 겪는 등 극심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미국의 봉쇄로 지난 3개월 동안 쿠바에 석유 선적물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현재 천연가스, 태양열, 화력 발전소를 혼합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연료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전력망이 마비되는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쿠바 정권의 존립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멕시코·브라질 등 우방국의 외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지난 수십년 중남미 좌파에게 희망이었던 쿠바가 왜 외면을 당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쿠바는 혁명 이후 문맹률을 낮추고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며 평균 수명을 늘리는 등으로 좌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여러 세대에 걸친 미국 대통령들에 맞서 저항해 온 보루로서 존경도 받았다.

하지만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의 좌파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우려해 쿠바에 대한 긴급 연료 지원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망명 중이던 카스트로가 기반을 삼았던 곳으로 쿠바 혁명의 출발지였던 멕시코는 올해 초 쿠바에 대한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대신 식량과 의약품을 보내기로 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멕시코는 미국이 미주기구(OAS) 회원국 전체에 가한 쿠바와의 외교 및 무역 관계 단절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유일한 중남미 국가였으나 최대 교역국 미국에 대한 의존이 더 이상 쿠바를 배려할 수 없게 했다.

소련 붕괴 후부터 최근까지 쿠바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체포와 고위 지도층 32명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뒤 역시 쿠바에 대한 연료 공급을 중단했다.

에콰도르는 쿠바 요원들이 자국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로 쿠바 외교관을 추방했다. 니카라과는 쿠바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해 미국으로 향하는 중요한 이민 경로를 차단했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자메이카는 쿠바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의사 파견에 대한 대가 지불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쿠바를 지원해온 전통과 미국의 보복 위협에 쿠바 지원에 대한 국내의 커져가는 회의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 “쿠바 계획 경제의 실패”
 
쿠바의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이전에도 폐쇄경제 실패와 통제 강화 등으로 내부적인 진통을 겪었다. 

장기 공산 집권에 강경 대미 노선인 쿠바는 반대 의견에 대한 탄압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웃을 감시하고 밀고하는 민간 단체의 확대와 쿠바 정치 체제에 대한 온라인 비판을 범죄화하는 새로운 검열 조치가 포함된다고 NYT는 전했다.

마두로 치하의 베네수엘라에서 수백 명의 정치 비판가들이 투옥되었던 것처럼 쿠바의 이러한 움직임은 브라질 좌파에서도 지지를 약화시켰다.

쿠바의 경제 침체로 2020년 이후 약 275만 명이 쿠바를 떠났다. 이는 쿠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인구 감소다.

미국의 강화된 이민 통제 정책으로 쿠바를 벗어난 이민자들은 브라질과 멕시코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쿠바인이 브라질에서 난민 신청자 수 1위를 차지해 처음으로 베네수엘라인을 넘어섰다.

플로리다대 역사학자 릴리안 게라는 브라질 등에 쿠바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것은 쿠바 정권과 계획 경제 통치 모델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트럼프 “우호적으로 인수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이후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점점 자신감을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 골프 클럽에서 중남미 12개국 정상들을 모아 가진 ‘미주의 방패’ 정상회의에서 이란과의 전쟁 이후에는 쿠바에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쿠바에 곧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그들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5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는 “무너지는 정권은 이란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며, 쿠바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는 쿠바와 대화하고 있다면서 “쿠바를 우호적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13일 미국과의 갈등 완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 카스트로 사망 10년 맞은 쿠바

1959년 공산 혁명 이후 미국과 대립해 온 쿠바는 2014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쿠바는 2008년 피델 카스트로의 건강악화를 이유로 친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최고지도자 지위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계승했다.

피델 카스트로가 2016년 11월 사망한 뒤 라울 카스트로도 2018년 4월 미겔 디아스카넬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줬다. 디아스카넬은 2019년부터 대통령직(국가 주석)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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