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I 28 미만 급성심근경색 환자, 항혈소판제 감량이 유리
체질량 지수 고려 약제 변경…출혈·복합 사건 발생률 감소
인종 차이보다 BMI 기반 치료… 진료 현장 지침 변화 예고
16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장기육(교신저자) 순환기내과 교수와 부성현(제1저자)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32개 센터 2686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란셋'(Lancet)에 게재된 TALOS-AMI(항혈소판제 티카그렐러 VS 클로피도그렐)의 데이터에 기반해 이뤄졌다.
흔히 심장마비라고 부르는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죽는 질환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관상동맥을 열어주는 재개통 치료가 관건이지만, 치료 이후에도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들은 항혈소판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된다. 하지만 혈액의 응고작용을 억제하는 약물 기전상, 고강도 항혈소판제의 투여는 출혈위험이 동반되는 문제가 존재해왔다.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은 체질량 지수(BMI)가 28 미만인 비만하지 않은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급성기를 지나 유지요법 단계에서는 항혈소판제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효과는 동일하고 안전성은 크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모든 대상자들은 관상동맥중재술 후 초기 1개월간은 아스피린과 더불어 고강도 항혈소판제인 티카그렐러(Ticagrelor) 병용요법을 받았다. 이후 안정화된 환자들은 아스피린 처방을 유지한 상태로 무작위 배정을 통해 '약제유지군'과 '상대적으로 저강도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로의 약제변경군'으로 나뉘어 11개월간 추가 치료를 받았다.
주요 평가 변수는 관상동맥중재술 후 12개월 시점의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및 출혈 학술연구 컨소시엄(BARC)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출혈로 분류되는 2, 3, 5형 출혈로 구성된 복합 사건 발생률이었다.
연구 결과 체질량지수가 28 미만인 비(非) 비만환자에서 '티카그렐러→클로피도그렐'로 항혈소판제 강도를 감량하는 전략은 기존 고강도 약제를 유지하는 경우와 비교해 안전성 측면에서 뚜렷한 이점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약제를 감량한 군에서는 출혈 사건이 절반 이하(약 53% 감소) 수준으로 줄었고,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출혈을 합산한 주요 복합사건 역시 약 46% 낮게 나타났다. 반면 혈관이 다시 막히는 허혈 사건 발생률은 두 군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험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비만도가 낮은 환자에서는 안정기 이후 굳이 고강도 약제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임상적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료현장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부성현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급성심근경색 환자에서 관찰되는 이른바 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며 "지금까지는 BMI가 높은 환자의 예후가 더 좋다는 현상 자체에 주목해왔지만, 이번 결과는 BMI가 낮은 환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출혈 취약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만이 보호적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하기보다, 시술 후 항혈소판 치료 강도를 환자의 BMI와 출혈위험에 맞춰 보다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존의 동아시아인 역설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서는 허혈 사건은 낮게, 출혈 위험은 높게 나타나는 것을 인종 간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해왔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인종보다는 BMI 차이로 인한 출혈 위험으로 해석 가능한 가설이 마련된 것"이라며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대부분의 이중 항혈소판제 연구들은 체질량 지수가 높은 서양인 대상 결과인 만큼, 국내 환자들을 위한 치료 전략을 구성할 때는 체질량 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임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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