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에 끌려가는 한국과 유럽…다양한 카드 제시해야"[인터뷰]

기사등록 2026/03/16 15:35:42 최종수정 2026/03/16 15:58:25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인터뷰

"이란전, 유럽에 남부 플랭크 위협 제기"

"美전략서 불가결한 파트너 되는 게 중요"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03.1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유럽과 한국의 처지는 언뜻 닮아 있다.

유럽은 미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러시아 위협을 안보의 실존적 문제로 체감해 왔고, 한국 역시 미국 동맹국으로서 중국·북한·대만해협 긴장 속에서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유럽은 러시아라는 실존적 위협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지척의 중동 문제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애초 유럽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격을 원하지도, 선택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전쟁으로 보고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압박, 키프로스·튀르키예로 번진 군사적 긴장,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점차 '연루'의 딜레마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한국 역시 이번 전쟁을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 문제를 제외하면 대체로 '남의 전쟁'으로 여겨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프랑스·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군사 파병을 요구하면서 더는 비껴가기 어려워졌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이번 전쟁이 유럽의 안보·외교 전략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한국의 동맹 관리와 안보 전략에 무엇을 시사하는지 짚기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이성원 연구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03.16.

-유럽은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유럽도 중동 사태를 분명한 위협으로 본다. 관련 위협 인식은 높은 편이고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다만 러시아 위협이 훨씬 더 실존적이고 막대하기 때문에 중동은 어디까지나 외교와 협상으로 관리할 대상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번 전쟁은 유럽 입장에서 원하지도, 선택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전쟁이었다."

-국제 규범의 중심이었던 유럽이 근거리에서 벌어진 전쟁에 침묵해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초기 유럽의 반응은 '분열된 침묵'에 가까웠다. 유럽은 하나의 단일한 행위자가 아니다. 국가별로,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유럽연합(EU)은 '국제법의 완전한 존중'을 말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춘 반응이 나왔다. 독일은 이란의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 능력 제거라는 전쟁의 궁극적 목표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그러다 점점 '끌려들어가는 관여' 단계로 넘어갔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는 것을 어디까지나 중립에 가까운 방어적 활용으로 이해하려 했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그 기지를 통해 미군이 공격할 수 있다면 위협으로 인식하고 타격을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유럽 입장에서는 이란이 유럽 영토 내 군사시설을 직접 공격하는 상황 자체가 이전에는 없던 중요한 사건이 됐고, 그만큼 연루되는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유럽 관계를 재조정하는 와중에 발발한 전쟁이다. 미국의 이란전은 유럽 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나.

"주목해야 하는 건 남부 플랭크(지중해와 중동으로 이어지는 유럽 남쪽 안보 축) 위협이 가시화됐다는 점이다. 2022년 이후 유럽 안보 논의는 거의 동부전선, 즉 러시아 위협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중동 위협도 분명히 높은 순위에 있었지만, 유럽 입장에서는 '중요하지만 지금은 저걸 다룰 여력이 없다. 잘 관리돼야 한다'는 대상에 가까웠다.

나토 방공 체계가 이란발 탄도미사일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돼 있긴 했지만, 단기간 내에 그런 상황을 마주할 것이라 예측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 터진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여기(동부전선)만 잘 지켜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남쪽 구멍도 드러난 것이다.

-유럽 재무장을 더 밀어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나.

"유럽 재무장을 더 서두를 명분은 커질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핵 논의, 독일의 재래식 전력 강화 같은 것도 더 공세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나토 방공 체계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위협에도 제대로 작동하느냐, 집단방위 체계가 동부전선만큼 남쪽에서도 유효하냐는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곧바로 유럽 전체의 단일한 정렬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럽은 재무장을 원하지만 실제로 EU차원의 공공 예산은 부족하고, 지금 내놓는 상당수의 구상도 대규모 공공 재정 투입이라기 보다는 저금리 대출이나 개별 국의 자체 방위예산 활용 성격이 강하다. 우크라이나 전쟁만으로도 이미 부담이 큰 데다 회원국 간 위협 인식과 재정 여건 차이도 크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03.12. kch0523@newsis.com

-이란전이 유럽의 대러 전략에는 어떤 부담을 주고 있나.

"휴전 협상 교착기, 전장 상황은 유럽에 호의적이지 않다. 러시아는 휴전 협상 교착 기 상황에서도, 저강도 다영역 하이브리드 공격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 확대하고 있다. 조직화되고 상시화된 저강도 압박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동부전선 방위만으로도 피로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중동발 위협까지 겹치면 유럽과 그리고 미국의 시선과 자산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대러 억지도 약해질 수 있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무엇인가.

"'모범 동맹'으로 인식되는 것은 분명 긍적적인 시그널이지만, 모범 동맹이라는 수사가 실제 안보 보장을 담보하고, 관여 리스크를 모두 배제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익과 안보 우선순위는 완벽히 정렬되기 어렵고 때문에 동맹 간의 상시적 소통과 조율이 필수적이다.

유럽은 미국과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러-우 전쟁, 그린란드 영토를 둘러싼 마찰, 그리고 이번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우선순위에 없던 전쟁에 군사 기지를 제공해야 하고 자산이 전용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을 지원하기 위한 해군 자산의 배치를 두고, 유럽 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모범 동맹의 지위 자체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동맹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필수적이지만 제한된 지원을 약속했다. 중요한 건 미국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단지, 말 잘 듣는 동맹이 아니라, 미국이 지역전략을 추진하는 데 한국을 쉽게 대체할 수 없도록 역량과 협상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대미 외교·안보 전략을 평가한다면.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우리의 핵심 안보 이익을 지키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미국과의 동맹 관리가 동시에 가능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협상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 예로 군을 지원할 수 없다면 가용한 자산으로 협상할 수 있겠다.

우리가 동맹으로 제공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많을수록 협상력은 높아지고 리스크는 낮아질 것이다. 현재 유럽은 다중 위협 속에서 분쟁 관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동맹 관리를 함께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약하다. 유럽이 먼저 겪는 딜레마가 한국에도 주는 메시지다. 끌려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미국 전략에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스트라스부르=AP/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및 중동 정세 관련 공동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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