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민요 배우고 정통 트로트 연구"
TV조선 '미스트롯4'에서 선(善)의 자리에 오른 허찬미의 소회는 묵직했다. 2위라는 화려한 순위보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꺾이지 않고 버텨온 한 예술가의 '지독한 생존 서사'였다.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TV조선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허찬미는 "그동안 오디션 4수생으로 불리며 최종 문턱에서 떨어질 때마다 '나는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회의감이 들었었다"며 "이번 무대는 가수 인생을 걸고 임한 마지막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허찬미의 20년은 한국 아이돌 산업의 명암을 관통한다. 13세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소녀시대' 데뷔조로 이름을 올렸으나 닿지 못했고, 혼성그룹 '남녀공학'과 '파이브돌스'를 거치며 무대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봤다.
이후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1, JTBC '믹스나인', 그리고 TV조선 '미스트롯 2'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대에 올렸다. "오디션은 공포스럽지만, 나를 가장 정확하게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라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서바이벌의 풍파를 견뎌낸 이 특유의 단단함이 서려 있었다.
허찬미에게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양날의 검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는 강점이었지만, 정통 보컬로서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이를 깨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정면 돌파였다.
그녀는 "퍼포먼스만 잘한다는 인식을 깨고 싶어 경기 민요를 배우고 정통 트로트를 집요하게 연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결승곡으로 선택한 '나야 나'(원곡 남진)는 허찬미라는 가수의 자서전과도 같았다. "깃털처럼 날리기도 하고 먼지처럼 밟히기도 하며 하루를 살아냈던 시간들이 노래에 담겼다"는 그녀의 설명처럼, 경연 무대에서 보여준 절박함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노래 이상의 '위로'로 다가갔다.
허찬미가 꿈꾸는 트로트의 미래는 확장성에 있다. 1세대 아이돌 음악이 현재의 K-팝이 된 것처럼, 트로트 역시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전 세계가 즐기는 장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확신이다.
허찬미를 비롯 1위 진(眞) 이소나, 3위 미(美) 홍성윤, 4위 길려원, 5위 윤태화 그리고 6위 윤윤서, 7위 염유리는 오는 4월25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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