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으로 인건비 줄고 기업 수익 ↑… SW 생산 주체, 사람에서 AI로 역전
"80%는 AI가 해도 20%는 사람 몫 여전"… 환각·오류 잡는 '검증 역량' 요구
신입 인재 채용 없으면 향후 허리 없어 역풍…인재 키울 GPU 지원 필요성도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AI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인력을 더 뽑지 않아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단순 코딩 능력보다 도메인 지식을 이해하고 AI에게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그리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 질 겁니다."
에이전틱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SW)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AI가 코드 생성 등 업무 일부를 수행하면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자 SW 생산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단순 코딩 중심 역량보다 문제 정의와 시스템 설계, AI 결과 검증 능력이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에이전틱 AI 시대, SW 산업 및 인재양성 대응방안’을 주제로 13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SW 기업의 주요 대응 방향과 인재양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사람의 세부 지시 없이도 설정된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완수하는 자율형 인공지능이다. 사람에게 정보나 답변을 제공하는 생성형 AI의 단계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사람의 '대리인(Agent)’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 AI가 바꾼 SW 개발 현장…설자리 좁아지는 개발자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도 AI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이전틱 AI 활용 시 3년이 소요되던 SW 개발 프로젝트 기간이 40일로 단축되는 등 개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SW 생산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전환되면서 생산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는 'SW 생산 가속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우리 회사는 기업용 ERP를 고객사에 맞춰 최적화하는 사업이어서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구조인데 AI 기반 ‘바이브 코딩’을 개발자들이 활용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원가가 크게 줄고 수익성이 높아져,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SW가 다른 산업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를 내재화한 SW가 기존 SW를 대체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AI 친화적 기술 및 서비스 체계를 갖춘 SW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AI 확산으로 개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신입 개발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판교에서 근무하는 한 프로그래머에게 들으니 2년째 후배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규모가 있는 회사인데도 신규 채용이 줄어든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글로벌 빅테크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신입 직원이 가벼운 프로젝트부터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사다리가 필요한데, 이런 구조가 사라져 세대 간 공백이 생기면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고민 때문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 코딩 능력보다 AI 결과 검증 역량 필요…AI 시대 인재상 변화
AI 확산으로 SW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AI가 코드 생성 등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단순 코딩 능력보다 산업 도메인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정의, 시스템 설계를 비롯해 AI가 만든 결과물을 수정·검증 가능한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앞으로는 SW를 아는 사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무나 인사 등 도메인 지식을 이해하고 AI에게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민혁 KAIST 교수는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AI 모델이 만든 코드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넘어가고 있다"며 "AI가 만든 모델이 완벽하지 않아 환각 등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역할의) 80%는 AI가 해도 마지막 20%는 여전히 사람이 검증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오승욱 슈어소프트 대표도 또한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AI를 통해 코드 자동 생성 비율이 30%를 넘는 경우도 있지만 생산성 향상은 10% 수준에 그친 반면, 코드 검증에 드는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리포트가 있었다"며 "지난해 실제로 월가에서 코드 검증 기술 전문회사에 조단위 투자가 일어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임치현 UNIST 교수 겸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도메인을 이해하는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젊은 인재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인턴십을 확대하면 학생들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기업은 검증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어 학교와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숙명여대 SW 중심대학 사업단 교수는 "기업이 주니어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바이브 코딩으로 모든 개발이 가능하다는 인식은 이미 경험이 많은 개발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 "GPU는 강의실"…AI 인재 양성 위한 인프라 지원 요구
AI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등 교육 인프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왕지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PM은 "결국은 융합 인재가 필요한데, 이에 발맞춘 교육 인프라 구축 속도가 느리다"며 "학생들이 단순 코더가 아닌 문제를 직접 정의해서 해결하는 실무 인재가 되려면 이를 위한 인프라와 프로젝트를 할 데이터, 그리고 이를 직접 해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GPU 인프라는 교육 관점에서 강의실이나 운동장과 같은 기본 인프라로 새로 구축하려 하기보다 흩어진 GPU 자원을 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AI 시대에 수행해야 할 역할로 소버린 AI 전략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박성준 숙명여대 교수는 "국가적 차원에서 AI 에이전트를 중요한 분야로 보는데, 속을 들여다 보면 두뇌는 결국 미국과 중국 기업의 거대언어모델(LLM)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자본이나 우리나라 데이터들이 다 유출될 수 밖에 없다. AI 주권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류 차관은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유심히 보는 국가들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기술력도 있고 각국이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며 "산업과 인재 문제를 글로벌한 시각에서 고민한다면 더 발전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