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할 병원 없어"…고관절 골절환자의 '응급실 뺑뺑이'

기사등록 2026/03/13 10:14:04 최종수정 2026/03/13 10:56:24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속 중증 정형외과 수술 공백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오주한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 89세 여성 박모씨는 집 안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이 발생했다. 고혈압, 천식, 치매, 신부전, 심부전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그는 지난해 4월 심장 스텐트 시술을 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어렵고 마취 및 수술 위험도 높은 고위험 환자다.

그는 지역 중소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기저질환 및 심장 병력으로 위험이 높아 중환자실과 협진 시스템이 있는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권유 받았다. 그러나 여러 대학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고관절 및 외상 담당 전문 인력 부족, 정형외과 수술실 배정 축소 등으로 즉시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웠고, 치료가 지연됐고 결국 사망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이후 중증 정형외과 수술 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과 연동된 중증도 산정 체계로 인해 고령 고관절 골절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관절 골절은 고령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중증 질환이다. 고령자의 고관절 골절은 단순 골절과 달리, 조기 수술과 집중 치료가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20% 수준이며,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망률은 70%까지 올라간다.

고관절 골절시 24~48시간 이내에 수술을 해야 하는 응급질환이며, 수술이 지연될 경우 폐렴, 욕창, 심혈관계 합병증 등 2차 합병증 위험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 노인 인구 1000만 명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관절 골절 환자는 2014년 3만1629명에서 2023년 4만1809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고관절 골절 환자가 수술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기저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 환자의 경우, 중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나,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 인력 부족 및 수술실 배정 축소로 인해 즉각적인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학회는 이러한 배경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연계된 중증도 산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여야 하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김학선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은 "이 과정에서 다수의 암 수술은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되는 반면, 정형외과의 고난도·고위험 수술 상당수는 이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문진료질병군 중심으로 수술 구조를 재편하면서,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지 않는 정형외과 영역의 수술방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고관절 주위 골절 및 악성 연부조직 종양과 같이 실제로는 고위험·고난도 수술임에도 행정적 분류상 일반진료질병군으로 포함되는 사례에 대해 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학선 회장은 "이 같은 구조는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2024~2025년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지도전문의 873명 중 133명이 사직해 사직률은 15.2%에 달했다"며 "특히 지방 사직률은 19.1%로 상승하여 지역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장기적으로 대학교수를 희망하는 비율은 27%에 그쳤으며, 외상·골절 전공 희망자는 5%, 소아·종양 분야는 2%에 불과했다. 응급 수술 분야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 의료소송 위험, 고난도 수술 대비 보상 부족 등이 지목됐다.

소아 정형외과 분야의 상황도 심각하다. 소아 골절 및 성장판 손상은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소아 정형외과 전담 교수가 부족해 수술을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와 높은 응급 대응 부담으로 인해 해당 분야 인력 유입이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정부에 ▲실제 수술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중증도 산정 및 평가 체계의 정교화 ▲정형외과 고위험·고난도 수술이 필수의료 체계 내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준 마련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리적 보상 체계와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15.2% 교수 사직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며 "초고령사회에서 중증 근골격계 질환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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