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오판…"호르무즈 충격·이란 보복 과소평가했다"

기사등록 2026/03/12 09:39:48 최종수정 2026/03/12 10:04:24

NYT 분석…"해협 봉쇄된다" 경고 묵살 뒤 공격 강행

"미 해군이 호위" 공언했으나 실행은 안 돼

유가 오르자 트럼프는 선원들에 "배짱 보여라"

당국자들 종전 방안 비관하나 트럼프엔 말 못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3.1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이란의 공격 대응에 대해 여러 가지를 오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인 지난달 18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이란을 공격했을 때 “유가가 잠깐 올랐다가 다시 내렸다”며 이란 공격이 에너지 시장에 가할 충격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다른 보좌관들도 비공개적으로 비슷한 견해를 보였으며 이란이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그들의 판단이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란이 위협하자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이 중단되면서 유가가 급등했으며 트럼프 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을 진정시킬 방법을 찾느라 바쁘다.

이 같은 상황은 트럼프와 보좌관들이 이란이 어떻게 반응할 지를 잘못 판단했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란은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때와 다르게 미군기지와 아랍 국가들의 도시, 이스라엘의 인구 밀집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란의 대응에 미 정부는 대사관 긴급 철수 명령을 내리고 유가 상승 억제 방안을 마련하느라 즉흥적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10일 미 정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한 뒤 크리스토퍼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이 소셜 미디어에 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 대책이 없다고 썼다.

당국자들은 미 정부가 전쟁을 끝낼 전략이 없다는데 갈수록 비관적이지만 전쟁이 완전한 성공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에게 솔직하게 말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배짱을 보여라'

트럼프는 유가 급등이 진정되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갈수록 더 드러내면서 유조선 선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배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전 트럼프의 군사 보좌관 일부는 이란이 맹렬하게 보복할 것을 경고했었다. 반면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면 보다 실용적인 지도부가 들어설 것으로 낙관하는 보좌관들도 있었다.

트럼프는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담긴 브리핑을 받으면서 이란 정권 제거 임무에 비해 유가 상승은 단기적 우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라이트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트럼프는 전쟁 시작 48시간이 지나서야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보험과 미 해군의 호위 가능성 등 유가 진정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호위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라이트가 10일 유조선 1척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는 주장을 소셜 미디어에 쓴 뒤 에너지 및 주식 시장이 진정됐으나 곧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한 미 당국자는 이란이 해협에 기뢰 부설 움직임을 보인다는 첩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 노력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란의 움직임이 초기 단계임에도 준비 작업을 한다는 조짐만으로도 미 정부가 불안해했다. 미군은 10일 저녁 해협 인근에서 이란의 기뢰 부설 선박 16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및 주요 원자재 시장의 혼란이 길어지면서 미 공화당 의원들은 고유가가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게 됐다.

◆잠재적 출구

백악관 당국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은 지난해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상 무역을 교란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의외다.

트럼프는 지난해 3월 미 해군의 후티 반군 공격을 승인하면서 후틴 반군의 공격이 세계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비해 이란을 공격한 뒤 트럼프가 발신하는 메시지가 중구난방이 되면서 미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 목표를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는데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힌다.

트럼프는 한편으로는 전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매우 완전하게, 거의 다 끝났다"고 밝혀 전쟁 계획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했다.

이에 비해 루비오와 헤그세스는 비교적 정돈된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루비오는 9일 국무부 행사에서 이란 전쟁의 목표를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고 해군을 파괴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루비오의 발언은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10일 기자 회견에서 미군이 이미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과 해군을 파괴했다고 자랑하고 이란이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려 한다면 공격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이 지나면서 전쟁 출구 모색이 시급해졌다.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의 값비싼 무기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최근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군이 전쟁 개시 6일 만에 113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 이상의 전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무기 소모율이다.

이처럼 전쟁 진행 상황에 대해 미 당국자들이 당혹해하는 모습이지만 이란은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0일 소셜 미디어에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관들에게 패배와 고통의 해협이 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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