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상임위 법안심사 예정
중기중앙회 노동조합 및 역대 회장단, 개정안 반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도…중기부 "신중 검토 필요"
[서울=뉴시스]권혁진 강은정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회장의 연임 제한을 삭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두고 중소기업계 내부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11일 개정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중기중앙회장 및 협동조합 이사장의 연임 횟수 제한 폐지가 담겼다. 현행법상 중기중앙회장은 1회, 협동조합 이사장은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없앴다.
정 의원은 "임원의 선출·해임 등 민주적 통제 장치가 총회와 정관을 중심으로 이미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임 횟수를 법률로 제한해 조직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일명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장은 83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수장으로, 부총리급 의전에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동행할 수 있는 각종 특권이 제공된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7년 2월 만료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제23·24대(2007년~2014년) 회장을 지낸 뒤 2019년 제26대 회장으로 복귀해 2023년 제27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은 현행법상 차기 회장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이 발의되자 중기중앙회 노동조합과 역대 회장단은 즉각 반대 성명을 냈다.
중기중앙회 노조는 개정안을 '독재법안'으로 칭하고 "협동조합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중기중앙회 노조는 "법률상 연임 제한은 자율성 침해 장치가 아니라 협동조합의 민주성과 건전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짚었다.
중기중앙회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도 임기 및 연임 제한을 두고 있다. 협동조합형 조직으로 중기중앙회와 공적 기능과 구조가 유사한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역시 장기 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자 연임 제한 제도를 유지 중이다.
중기중앙회가 감사원법,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되고 있는 점도 개정안 반대 근거가 됐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과 정책 집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의 지도부인 만큼 최소한의 제도적 통제 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노조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정책 목표와 '연임 무제한 허용' 사이 연결성이 설득되지 않는다"며 "특정 단체장, 조합장의 장기 재임 허용이 곧 중소기업 보호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지도부가 장기간 교체되지 않는 구조는 조직 대표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다양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소기업 보호는 민주적 운영과 투명한 거버넌스 위에서 실현될 때 정당성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18·19대 박상희 회장, 제20·21대 김영수 회장 등 역대 중기중앙회장단도 개정안 철회 또는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회장단은 "공적 자금과 정부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 운영 구조를 고려하면 중기중앙회를 민간 경제 단체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현행 법률이 회장 임기를 1회로 한정해 연임을 제한한 것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조직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다양한 업종과 지역의 대표성이 순환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도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국회가 개정안을 성급하게 처리하기보다 중기중앙회의 공공적 역할과 조직 민주주의를 고려해 연임 제한 제도의 취지를 존중하고 신중하게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기중앙회 산하 전국조합연합회·전국조합·지역조합·사업조합으로 구성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 추진위원회(추진위)'는 개정안을 찬성하고 나섰다.
추진위는 지난 10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임원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뼈대로 한 건의서를 정 의원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서에는 중기중앙회 전체 정회원이 80% 이상인 480개 조합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연임 제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조합원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 정부 정책과 긴밀한 연계 및 대기업과 상생 협력을 위해선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경준 추진위 회장은 "리더 연임 여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절차로 조합원들이 직접 성과를 평가해 결정할 문제"라며 "국회가 중소기업협동조합계의 현실과 현장의 절실함을 반영해 관련 법안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유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자중기위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중기부는 "특정 임원의 장기간 재임에 따른 조직 내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현행 연임제한 규정이 도입됐고 최근 '농업협동조합법' 등이 개정돼 다른 법률에 따른 조합장 연임제한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기중앙회는 공공성으로 인해 다른 경제 6단체들과 달리 인사혁신처에서 공직유관단체로 지정 및 고시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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