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장관 “그들은 정치 활동가 아닌 안전 원하는 운동선수일 뿐”
여성 대표 선수들 “소녀들을 구해달라” 구호속 경기장 떠나
선수들 호주 머물 경우 가족들 안전도 우려…5명 외는 아직 미정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참가했다가 국가를 부르지 않아 ‘배신자’로 몰렸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 선수 5명이 안전 가옥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인도주의 비자’를 받았다고 BBC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토니 버크 이민부 장관은 축구 대표팀에서 이탈한 선수 5명이 호주 경찰에 의해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으며 다른 선수들도 호주에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말했다.
◆ 호주 장관 “그들은 정치 활동가 아닌 안전 원하는 운동선수일 뿐”
이란 여자 대표팀은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2일 한국팀과의 경기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아 국내에서 ‘전쟁 중 배신자’라는 비난이 나와 안전이 우려되면서 귀국을 미뤘다.
호주의 인도주의 비자 프로그램은 난민 및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보호를 제공하며 비자 소지자는 거주, 취업 및 학업을 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버크 장관은 “그들은 자신들이 정치 활동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한다”며 “그들은 단지 안전을 원하는 운동선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 머물고 싶어하는 여성이 다섯 명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며칠 동안 협상이 진행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들 5명에 대한 비자 신청 발급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전 1시 30분경(한국 시간 9일 오후 11시 반) 완료됐다고 BBC는 전했다.
버크 장관은 “팀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있다”며 “호주는 이란 여자 축구팀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선수들이 호주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해당 선수 5명에게 인도적 비자가 발급되었다고 확인했다.
◆ 이란 여성 대표 선수들 “소녀들을 구해달라” 구호속 경기장 떠나
앞서 8일 저녁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골드코스트 경기장을 떠나는 이란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버스를 에워싸고 “우리 소녀들을 구해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9일 BBC는 선수단이 묵고 있는 호텔 내부에서 여러 선수들이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로비를 단체로 나서 이탈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들이 떠난 직후 통역사와 감독을 포함한 두 번째 일행이 당황한 표정으로 호텔 안으로 뛰어들어와 호텔 안을 급히 둘러본 후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호주가 이들에게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며 호주가 거부하면 미국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약 한 시간 후 트럼프는 다시 게시물을 올려 앨버니지 총리와 통화했으며 “5명은 이미 처리되었고 나머지도 이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여성 대표팀은 2일 한국팀과의 첫 경기 이후 5일 호주와의 두 번째 경기와 8일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는 국가를 부르고 경례를 했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에 동행한 정부 관계자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그들이 귀국하는 경우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 경기 중 이란계 교민들 신정 국가 연주에 야유도
8일 경기가 열릴 당시 경기장의 수백 명 이란계 교민들은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신정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야유를 퍼부었다.
전반전 중반쯤에는 많은 사람들이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전 공식 국기였던 사자와 태양 문양의 깃발을 펼치기도 했다.
이 깃발들은 경기장 밖에 ‘이란의 현행 공식 국기만 게양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 경기장 안으로 반입된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팬들은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지만 경기 중 팬들과 선수단 사이의 소통은 거의 없었다.
필리핀 여자 축구팀은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이란 여자 축구팀은 곧바로 경기장을 떠났다.
이들은 호텔로 돌아온 뒤 팀 운영진에 의해 억류되어 외부 지역 사회 구성원, 친구, 가족 또는 변호사를 비롯한 어떤 지원 네트워크와도 이야기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한 인사는 말했다.
◆ 선수들 호주 머물 경우 가족들 안전도 우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팀의 탈레반 탈출을 돕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선수들은 고향에 가족이 있고 자녀가 있다”며 “설령 호주에 머물 권리가 주어지더라도 가족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르지예 자파리 감독은 “우리는 하루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가능한 한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 동포들과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8일 밤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을 떠날 때 “호주에서 안전하게 지내세요. 경찰에 신고하세요” “당신의 집이 안전하지 않다면, 내 집은 안전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선수들은 차 안에 앉아 빗속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지켜보았고 몇몇은 창밖으로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소와 손짓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지만 곧은 표정도 눈에 띄었다.
한 명은 버스 창문의 커튼을 닫기도 했다. 버스는 경기장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팀 투숙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9일 호텔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고, 연방 경찰이 배치됐으며 이란 대표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5명의 선수 외 다른 선수들이 언제 체크아웃하고 이동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BBC는 전했다. 다른 숙소로 옮길지, 이란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제3국으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앰네스티 호주지부의 난민 권리 옹호자인 자키 하이다리는 “호주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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