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10주년, AI 스타트업 인핸스 주최 행사 참여
20분 만에 바둑 앱 뚝딱…이세돌 "알파고 수준 능가"
"인간만의 개성과 감정을 살리면서 AI와 함께 발전해야"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에이전틱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 AI 시대의 서막을 연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10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선 그는 인핸스의 기술로 함께 만든 바둑 AI 프로그램을 시연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은 인핸스의 AI 에이전트 '유아'와 협업해 기획부터 디자인, 코딩, 배포까지 20여 분 만에 바둑 앱을 완성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행사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세돌 9단은 "AI가 개성이나 감정, 스토리가 없다고 이전에 말했는데, 유아와 협업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에는 기술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와의 기억, 감정, 사적인 유대감이 담겨 있다. AI는 그런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AI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세돌 9단은 "처음에는 행사가 제대로 안 될까 봐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수십 분 만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AI와 협업해서 나아가는 걸 이 자리에서 잘 보여준 것 같다. 인간만의 개성과 감정을 살리면서 AI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 완성된 바둑 프로그램의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진행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체감상 사람이 이기기 어려운 수준의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AI가 바둑을 잘 두는 건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바둑 교육, 즉 선생 역할을 AI가 잘 해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아직은 갈 길이 남아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핸스 대표 "온톨로지 기술로 할루시네이션 잡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승현 인핸스 대표는 AI 에이전트의 신뢰성 문제를 묻는 질문에 "할루시네이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온톨로지는 AI 에이전트가 기업과 개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동작할 수 있도록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기술"이라며 "에이전트가 내 의도와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지 '정답지'를 보듯 하나하나 체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기술을 통해 에이전트가 단순히 한번 놀랍게 실행되는 수준을 넘어, 일상에서 진정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로드 코드 등 코딩 에이전트의 오류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는 "클로드 코드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엔진이지만, 코딩 에이전트도 실수할 수 있다"며 "온톨로지와 권한 관리, 프로세스 가이드라인을 OS(운영체제) 수준에서 적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핸스의 AI OS는 먼저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로 출시된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시연을 마치고 "즉석에서 만든 AI 모델과 함께 바둑을 둘 수 있을 줄은 3~4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며 "인핸스의 OS를 개인도 쓸 수 있다면, 저처럼 개발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돼서 포기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소감을 전했다.
개인 서비스 상용화 시점에 대해 이 대표는 "대기업(엔터프라이즈)→중소기업(SMB)→개인 순으로 확장하는 로드맵은 정해져 있으나 구체적인 시점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장에서 개인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면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 교수는 인핸스와의 향후 파트너십을 묻는 질문에는 "지분 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오늘 한 번으로 끝내기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작은 부분에서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향후 협업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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