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칩 수출 허가제 추진…韓반도체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기사등록 2026/03/09 11:37:42 최종수정 2026/03/09 13:36:24

“美, AI 인프라 투자 조건 마련”

美 AI 투자 확대시 韓 메모리 수요↑

中 AI 생태계 가속화…“韓 입지 축소 우려”

[그래픽=뉴시스] 미국 및 중국 국기와 엔비디아 로고. 2025.04.16. hokm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조건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을 내주겠다는 규정을 검토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AI 인프라 투자가 커지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를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일부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될수록 되레 중국의 자체 AI 생태계가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 AMD 등 자국 기업의 AI 칩을 대량으로 사는 기업 및 국가에 대해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국의 AI 칩을 구매하려는 기업 및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는 미국에 AI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규정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지난해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첨단 반도체 수출 계약과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UAE 국영 G42,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휴메인에 반도체 수출을 승인했으며, 두 나라는 그 대가로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우선 미국 정부의 투자 촉진 정책으로 미국에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커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DDR5 등 고부가 AI 메모리 공급량은 증가하게 된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와 AMD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들 기업의 GPU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대량으로 들어간다.

현재 미국에서는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 해외 기업들이 국가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하면 AI 산업 자체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HBM4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22. hwang@newsis.com
하지만, 미국의 AI 칩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AI 칩 생태계가 더욱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 요인이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 확보가 어려워지면 최근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국의 AI 칩이 대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중국 화웨이는 올해 어센드 950 PR과 어센드 950 DT 등 차세대 AI 칩을 출시해 자국 내 AI 컴퓨팅 인프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자국 AI 칩을 탑재하는 기조가 퍼지고 있는데, AI 칩에 들어가는 HBM도 CXMT 등 자국 메모리 기업들의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AI 칩이 전 세계로 팔릴수록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AI 및 반도체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이어가는 등 자체 AI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AI 칩 규제가 강화할수록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블록화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변화하는 시장 구조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