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유가 급등…WSJ "미국 경제, 에너지 충격 내성 커져"
카타르 에너지 장관 "호르무즈 봉쇄시 배럴당 150달러 갈 수도"
셰일 혁명에 AI 생산성 효과까지…다만 호르무즈 변수 남아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면서 월가 안팎에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유가 상승만으로 발생한 사례는 드물어 아직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9일 오전 11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5% 급등한 배럴당 113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5월물 역시 22% 이상 오르며 배럴당 113달러선을 기록 중이다.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고용 감소와 실업률 상승 등 노동시장 약화 신호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1973년, 1980년, 1990년, 2008년 경제 침체 국면에서도 유가 급등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WSJ는 "미국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등 '유가 쇼크'에 강한 내성이 생겼고,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으로 생산성이 확대돼 실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된 데다 에너지 소비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가 급등했지만, 미국 경제 성장률은 0.13%p(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유가 급등만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유가 급등 당시 미국은 매달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 노동시장이 다소 둔화된 모습이지만, 이는 이민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축소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미국 경제가 시간당 생산량이 2.8% 오르며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AI 도입은 향후 고용 증가 없이도 2% 이상의 경제 성장을 유지하게 할 주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통제 불가능한 변수도 남아있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AI 열풍이 에너지 비용 상승과 맞물려 '기술주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금융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우려도 나온다.
WSJ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이 연준이 정치적 압력 속에서 통화정책을 적절히 운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매체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높은 유가와 생산성 둔화뿐 아니라, 연준이 정치적 압력 속에서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거나 성급히 인하한 결과"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연준이 이에 굴복할 경우 일시적인 유가 충격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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