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AI 대전환 시대 국가교육 비전 포럼'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AI시대 교육 역할' 강연
저조한 체육 활동·실생활과 괴리된 교육 지적
"부실한 사회 안전판이 교육 왜곡…구축해야"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그 교육은 범죄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 국가교육 비전 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기조 발제자로 나선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 AX(AI 전환) 분과장이 현행 한국 교육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 의장은 'AI 전환 시대에 대한 이해 및 AI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국 교육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지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연한 선행학습, 경청·토론 교육의 부재, 저조한 체육 활동, 학교 교육과 실생활과의 괴리를 핵심 문제로 꼽으며 현 교육 체계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뇌 발달을 방해하는 선행학습이 성행하는 반면 뇌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체육 수업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미신에 사로잡혀서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며 "공포 마케팅에 학부모들을 전부 노출시켜 놓고 선행학습을 미친 듯이 시켜서 애들의 전두엽에 독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물질을 가득가득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부모를 공포 마케팅에 노출시키고 나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교육 당국은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집단지성의 토대가 되는 경청·토론 교육의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장은 "우리나라의 교육은 절대로 경청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간 지능의 끝에 집단지성이 있는데 그 마지막 부분을 빠뜨리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며 "경청하고 논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모든 교육이 틀렸다"고 단언했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자율성이 제한적이고, 교육과정이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 AI시대인데 10년 전 교육과정을 배우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촘촘하게 설계돼 있어 현장에서 교사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공간이 없다"고 평가했다.
고등교육을 향한 비판은 한층 날카로웠다. 그는 최근 대학가에서 불거진 커닝 사태를 언급하며 "시험이라는 고리가 깨지니까 고등교육의 처참한 사태가 드러났다. 대학이 오로지 시험 하나로 버텨왔고, 교육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는 게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갖고 있는 나라가 이렇게 처참한 고등교육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입시 문제의 근원 역시 대학에 있다고 봤다. 그는 "대학교에서 입시에서 무엇을 요청하는가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이 다 바뀐다"며 "한국 교육의 가장 약한 고리는 입시가 아니라 대학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이 가장 병이 나 있고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에서 할 일이 고등교육을 고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하고 사고력마저 빼앗아 가는 현실에서 교육이 져야 할 책임도 역설했다. 박 의장은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탐색하고 사유하며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세울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평생 처음 보는 어떠한 것이 나타나더라도 주도적으로 탐색· 학습·검색·사고해서 그것에 관한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교육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풍부한 교양을 갖추지 못하다면 AI가 내놓는 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후속 질문을 할 수가 없다"며 "무엇보다도 풍부한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교육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교육의 한계도 지적했다. 전세사기·임금체불 등 사회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 대해 "규칙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독립적인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령이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학생 스스로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피력했다. 박 의장은 "한때 공무원 시험이 가장 인기 있었고 교사 시험이 가장 인기 있었고 지금 의사가 가장 인기 있다. 그게 그 직업이 좋아서가 아니다. 안 굶어 죽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안전판이 너무 부실하니까 교육을 왜곡시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장은 "입시 제도를 바꿔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에 걸쳐서 누적된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합의하자"고 촉구했다.
국교위는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제언과 토론 결과를 내년 3월까지 완성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참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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