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르드족 이란 진격 종용… '토사구팽' 이란전 속도에 달려

기사등록 2026/03/06 15:26:19 최종수정 2026/03/06 16:30:24

"美, 마지막 카드로 쿠르드 접촉…전술적 필요 끝나면 활성화도 종료"

"쿠르드족도 희망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 아냐…신뢰가 아닌 산술"

[이르빌(이라크)=AP/뉴시스]이란쿠르드민주당(KDPI) 구성원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이라크 이르빌 코야 지구 검문소에서 경계 근무를 하는 모습. 2026.03.06.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계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의 이란 진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란 사태 국면이 외교적 궤도로 전환되거나 이란 정권이 안정화된다면 쿠르드족이 또 다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24는 5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계 쿠르드족에 손을 내밀다…그들도 다시 버림받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쿠르드족이 또 다른 배신의 역사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 무국가 민족'으로 꼽힌다. 3000만~4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쿠르드족은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튀르키예 국경 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동원력과 전투력, 결속력이 있는 지도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쿠르드족은 과거에도 분리 독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과 수차례 손을 잡았지만 결국 버림받은 바 있다.

미국은 이란 전체 인구 9300만명 가운데 10~17%를 차지하는 이란계 쿠르드족 포섭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유력 이란계 쿠르드 분리주의 단체인 이란쿠르드민주당(KDPI) 수장과 통화했다. 그는 1일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 쿠르드 자치 지역 지도자들과 통화했다. 중앙정보국(CIA)이 이란내 민중 봉기를 유도하기 위해 쿠르드 세력을 무장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CNN 보도도 나왔다.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이란계 쿠르드족은 1979년 이란혁명을 일으킨 현 이슬람 시아파 정권에 맞서 반세기 가량 저항해왔다. 이란계 쿠르드족 역사를 연구해온 중동 안보 전문가 슈크리야 브라도스트는 "이란 쿠르드 지역을 보면 대다수 가정이 이슬람 정권과 전쟁에서 최소 한 명 이상 구성원을 잃었다"며 "그래서 그들은 이미 (분리주의) 운동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란계 쿠르드족의 동원력은 지난해 12월과 1월 반정부 시위에서도 입증됐다. 7개 쿠르드 정당은 지난 1월8일 총파업을 조직했고 이후 몇달 동안 동원력을 유지했다. 7개 쿠르드 정당 가운데 5개 정당은 지난달 22일 '이란 쿠르드 정치 세력 연합'을 결성했다.

이 연합에는 최대 규모 쿠르드 정당인 KDPI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던 쿠르드자유당(PAK), 시리아에서 IS와 싸웠던 시리아 쿠르드 인민방위대(YPG)와 연계된 쿠르드자유생명당(PJAK)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분석 업체인 안테시스-월브룩 그룹 소속 지정학·전략 인사이트 선임 고문인 군네이 일디즈는 프랑스24에 미국이 이란계 쿠르드족과 접촉한 것을 두고 "전략적 파트너십이 아니라 전술적 활성화로 보인다"며 "CIA가 (이란 최대 망명 반정부 단체) 무자헤딘-에-할크(MEK)와 왕정주의자 등 해외 거주 그룹을 먼저 거쳤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란 내부에 유의미한 조직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쿠르드족 등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미국이 고려하던 다른 대안이 사라진 이후에 남겨진 마지막 카드다. 문제는 전술적 필요가 끝나면 전술적 활성화도 끝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란계 쿠르드족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란 정권이 안정화된다면 잔혹한 탄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란은 이라크에 망명 중인 이란계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의 이란 진격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날 이라크 쿠르드단체 본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브라도스트는 "쿠르드족들은 40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면서도 "하지만 전쟁의 미래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란 정권이 내부 보복을 한다면 쿠르드 지역이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도시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 수석 연구원은 "이란계 쿠르드족은 미 지상군 투입을 원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행금지구역"이라며 "그들은 헌신(확실한 지원)을 보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쿠르드족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았다가 결국 버림당했던 경험이 아주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디즈는 "(미국에게 외면 당했던) 시리아에서 경험은 쿠르드 세력들을 현실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들은 희망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9개월 만에 지도부가 연이어 타격을 입은 정권을 앞두고 행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신뢰가 아니라 산술"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변수는 이란 안보기구들이 결속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붕괴하느냐는 것"이라며 "미국의 이란계 쿠르드족에 대한 접근은 전술적 필요가 끝나면 끝날 수 있다. 만약 상황이 외교적 궤도로 전환되거나 정권이 안정화된다면, 미국에 이들의 효용 가치는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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