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10억원 저리 대출받아 비닐하우스 아래 '지하 벙커'
농사용 전기료 할인·정착 지원금도 스마트 기기로 대마 재배
중학교 동창 일당, '바질' 위장해 2만명분 기르다 합수본 적발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는 인천 강화군의 한 비닐하우스 단지 지하에 비밀 벙커를 조성하고 대마를 재배·유통한 30대 남성 A씨 등 2명을 적발해 그중 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중학교 동창 사이인 이들은 외견상 평범한 농민처럼 행세하며 철저히 주위의 눈을 속여왔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지능적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스마트팜 창업 지원 제도를 악용해 1인당 5억 원씩, 총 10억 원의 정책자금을 1%대 저리로 대출받았다. 또한 청년 창업농에게 지급되는 월 100만 원 상당의 바우처와 농사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까지 모두 챙겼다. 겉으로는 바질 등을 재배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비닐하우스 아래에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지하 공간을 설계했다.
현장 검수 결과, 이들은 인조 잔디 매트로 지하 벙커 출입문을 교묘히 가려두었으며, 해당 문은 태블릿 PC를 이용해야만 열 수 있도록 보안 설비를 갖췄다. 지하 내부에는 대마 재배를 위한 조명과 습도 조절 장치 등 최신 스마트 농업 기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합수본은 현장에서 대마 134주와 이미 수확된 대마 2.8kg을 압수했다. 이는 약 2만 명의 인원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막대한 분량이다.
조사 결과 이들은 농사 과정에서 발생한 빚을 갚기 위해 다크웹 판매상의 제안을 받고 범행에 발을 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부가 지원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원격으로 조명을 조절하는 등 이른바 '스마트 공법'을 대마 재배에 그대로 적용했다. 인근 주민들조차 이들이 채소를 심는 청년 농부인 줄로만 알았을 정도로 위장이 치밀했다.
합수본 관계자는 "정부의 선의를 담은 창업 지원책이 마약 재배의 자금줄로 전락한 충격적인 사례"라며 "이들에게 재배를 의뢰한 상위 판매책과 유통 경로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수본은 출범 100일간의 집중 단속을 통해 이들을 포함한 마약 사범 124명을 입건하고 56명을 구속하는 등 공급망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 밀수를 넘어 정부 지원 시설을 활용한 국내 제조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당국은 향후 스마트팜 지원 단지에 대한 관리 감독과 실태 점검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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