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탈리아 등 국가차원 관리 시스템 가동
22대 국회, '비만 기본법'으로 골든 타임 잡나
"사회적 비용 16조 원…지금 안 막으면 늦어"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세계 비만의 날(3월 4일)을 맞아 비만 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환기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법제화해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선 비만을 암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으로 법제화했다.
비만을 '개인의 문제'나 '게으름의 결과'로 보는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 인식과 온도차를 보인다.
독일은 지난 2024년부터 '비만 질병 관리 프로그램'(DMP Adipositas)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 연방합동위원회(G-BA)가 법정 건강보험 체계에 근거해 도입한 이 제도는 비만을 고혈압, 당뇨병과 동등한 만성 질환으로 공식 인정한다.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이어지는 표준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환자가 상담· 운동·영양 교육을 받고 필요시 약물 치료를 받는 전 과정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법과 제도로 명확히 규정한 셈이다.
이탈리아는 의회가 먼저 움직였다. 이탈리아 의회는 만장일치로 비만을 '만성·재발성·진행성 질환'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는 비만 치료를 국가 필수 의료 보장 항목(LEA)에 포함시키는 데 동력이 됐다. 비만이 법적 질병으로 규정되면서, 치료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가 됐다.
남미 콜롬비아는 지난 2009년 일찌감치 '비만법'(Law 1355)을 제정해 비만을 공중보건의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이들 국가에서 비만 환자는 '관리 못한 개인'이 아니라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환자'다.
반면 국내는 현행법상 비만을 '질병'으로 명확히 규정한 조항이 없다. 그러다 보니 비만치료는 건강증진의 목적보다 '미용 목적'으로 간주돼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단 지적이 나온다. 고도비만 수술을 제외하면 대다수 비만 치료와 상담은 비급여다.
실제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도 비만을 주요 평가지표로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남녀 모두의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성 비만율은 2018년 대비 2020년 42.8%에서 48%로, 같은 기간 여성 비만율은 25.5%에서 27.7%로 증가했다.
22대 국회 들어선 변화의 바람도 분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지난 2024년 11월 '비만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비만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비만 예방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며, 전문 인력 양성과 전담 부서 설치를 골자로 한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지난해 1월 '비만질환의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비만 질환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시하고, 국가가 비만 및 비만 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책을 종합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한다.
의사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비만은 외모나 건강의 영역을 넘어 각종 만성질환을 통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생활양식의 왜곡으로 인해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의료 그 이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질환보다도 '사회경제적 문제'이기에 관리 시스템을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며 "법안이 제정되면 국가가 비만을 다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마련되고, 파생되는 각종 질환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손실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비만 관리의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6조원에 달한다. 흡연이나 음주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은 "비만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임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개인의 의지나 미용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이탈리아처럼 법적으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해야 환자들이 숨지 않고 병원을 찾을 수 있다"며 "비만법 제정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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