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해저케이블이 끊긴다면"…지정학 위기 속 '디지털 방어선' 비상[MWC26]

기사등록 2026/03/05 06:00:00

이란 전쟁 계기로 '기술 중립' 넘어선 '회복력 있는 거버넌스' 부상

GSMA·OECD·ITU 수장들 "공급망 다변화와 국제적 연대만이 해답"

"회복탄력성 갖추고 새로운 위험 공유, 취약점 알리는 채널 필요"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MWC26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이날 세번째 기조연설 참석자 모습. (사진=MWC26 영상 갈무리) 2026.03.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박은비 윤현성 심지혜 기자 = 이란 전쟁의 포화 속에서 'MWC26' 컨퍼런스가 던진 화두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닌 '생존'이었다.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전쟁과 같은 돌발 변수에도 멈추지 않는 '디지털 인프라 회복력(Resilience)'이 국가 안보와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핵심로 과제로 대두됐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6 기조연설에서 존 지우스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최고규제책임자(CRO)는 이란 전쟁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주말의 사건들이 보여주듯 오늘날 글로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마음은 당연히 이번 갈등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 모였고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연결성이 얼마나 근본적인 토대가 됐는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디지털 세계가 확장되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동시에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이제 질문은 연결성이 얼마나 중요한가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거버넌스)가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디지털 세상이 AI를 중심으로 가속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전략적 자율성'과 '데이터 주권'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책이 장기적인 보안과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MWC26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이날 세번째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는 마티아스 코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사진=MWC26 영상 갈무리) 2026.03.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마티아스 코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디지털 인프라는 초고속 인터넷, 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반도체를 아우르는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2024년 홍해 사건과 같은 해저 케이블 사고가 어떻게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트래픽을 중단시키는지, 사이버 공격이 핵심 유틸리티나 금융, 물류를 어떻게 마비시킬 수 있는지 봤다"며 인프라 마비가 곧 경제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운영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회복탄력성을 사후 고려 사항이 아닌, 핵심적인 설계 요구 사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이중화 구축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시스템 취약점과 병목 지점을 파트너들과 실시간 공유하는 안전한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급망 편중 현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코만 사무총장은 "전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90%가 극소수 경제권에 집중돼 있으며, 최첨단 반도체는 사실상 단일 기업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특정 지역의 분쟁이 전세계적인 5G 기지국 구축 지연과 공급 차질을 부른 2021년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그는 "진정한 자율성은 고립이 아닌 공급업체 다변화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에서 나온다"고 못 박았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MWC26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이날 세번째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린 보그단-마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2026.03.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린 보그단-마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은 국제 트래픽의 99%를 담당하는 '해저케이블'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특히 중동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로, 물리적 공격이나 사이버 테러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전쟁 중 공격 세력이 홍해 근처의 해저케이블을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사이버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된 상황이다.

이에 ITU는 해저케이블 회복탄력성에 관한 자문 기구를 발족했고, 이를 통해 리스크 모니터링, 복구 절차 개선, 복구 시간 단축, 지리적 다양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5년 내 디지털 인프라 거버넌스를 개선할 수 있는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파트너십(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부, 국제기구, 민간 부문 등이 반드시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ITU에 '파트너투커넥트(Partner2Connect) 글로벌 연합'이 있는데,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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