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문 절정 오후 8시33분"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36년 만에 정월대보름과 겹친 개기월식 현상이 예고되면서, 붉게 물든 달 '레드문'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3일 오후 6시 49분 부분식을 시작으로 밤하늘에 우주 쇼가 펼쳐진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식은 오후 8시 4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지며, 8시 33분경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현상은 지구 대기를 통과한 태양 빛 중 붉은 광선이 달에 반사되며 나타나는 과학적 현상이지만, 예로부터 이 붉은 달은 인류에게 단순한 천문 현상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밤하늘에 떠오른 붉은 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려움과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과학적 원리가 밝혀지기 전, 인류는 이 기이한 현상을 저마다의 설화와 미신으로 풀이하며 하늘의 뜻을 살폈다.
서구권에서 붉은 달은 오랫동안 '재앙의 전조'로 여겨졌다. 성경 요엘서나 요한계시록에는 종말의 징조로 '달이 피로 변하는 현상'이 언급되기도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전쟁이나 기근, 전염병을 예고하는 불길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고대 잉카 제국에서는 거대한 재규어가 달을 잡아먹어 피가 흐르는 것이라 믿었고,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창을 흔들고 개를 짖게 하며 소동을 피웠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반면 동양에서의 시각은 조금 더 복잡하다. 유교적 전통이 강했던 과거 왕실에서는 월식을 '하늘이 임금에게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여 임금이 몸을 낮추고 근신하는 구식례를 거행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달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과정을 재생과 부활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다. 특히 이번처럼 정월대보름에 겹친 달의 변화는 한 해의 액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과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신화 속에서도 붉은 달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인도 신화에서는 아수라 '라후'가 태양과 달을 삼키려다 목이 잘린 채 쫓아다니는 과정에서 월식이 발생한다고 믿었으며, 북유럽 신화는 거대한 늑대 '하티'가 달을 한입에 삼키려 할 때 달이 붉게 변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붉은 달은 때로 신의 분노로, 때로는 거대한 우주적 투쟁의 흔적으로 기록되며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 과학적 현상으로 정의된 레드문이지만, 대보름 밤하늘을 수놓는 붉은 빛은 여전히 보는 이들에게 묘한 신비감과 경외심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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