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물가 충격에 채권 대신 금·달러 강세…안전자산 인식 변화"

기사등록 2026/03/03 10:42:47 최종수정 2026/03/03 12:06:24

금 가격, 카타르 가스시설 피격 이후 장중 사상 최고치 근접

'전통 피난처' 국채, 물가 상승 우려에 약세…금리 인하 기대 ↓

달러화 지수, 주요 통화 대비 상승하며 안전 자산 역할 수행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3.03.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물가 충격(inflation shock)'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 자산인 정부 국채 대신 금과 미국 달러를 찾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금 가격은 2일 장중 2.6% 급등해 트로이온스(t oz)당 54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카타르 천연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 이후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금 가격은 이후 전날 대비 0.7% 상승한 수준에서 유지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는 이란 내 분쟁이 지속될 경우 금 가격이 최대 15%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초기 몇 주 안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반면 시장 혼란기에 피난처 역할을 해온 각국 정부 국채는 투자자들이 물가 상승에 대비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독일 2년물 국채(분트) 수익률은 0.08%포인트 상승한 2.09%를 기록했다. 통상 국채 수익률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헤지펀드 마셜 웨이스 최고 시장 전략가인 셉 바커는 "금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반면, 국채는 위험 회피 상황에서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데 다시 한번 실패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비국채 안전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산하 투자연구소인 '블랙록 인스티튜트'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로버트 팁은 "중동 갈등 고조로 인한 잠재적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고려할 때, 장기 정부 국채는 신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버팀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은 현재 환경에서 '무엇이 안전 자산인가. 무엇이 중립 자산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로벌 불확실성 프리미엄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했다.

시장 거래자 일부는 이란이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 대상을 카타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확대함에 따라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 미국 월가 대형 은행 선임 트레이더는 "전쟁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된다"며 달러와 금을 주요 피난처 거래로 꼽았다.

달러화 지수는 1일(현지시간) 주요 통화 대비 0.9% 상승하며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전형적인 안전 자산 역할을 수행했다.

유럽 가스 가격이 30% 급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영향으로 시장 거래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치를 낮췄고 이는 글로벌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렸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스왑 계약 지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잉글랜드은행(BoE)의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이상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인하 확률은 60% 정도로 나타났다. 금리에 민감한 영국 2년물 국채(길트) 수익률은 0.11%포인트 상승한 3.64%를 기록했다.

유로존 역시 올해 추가 금리 인하 확률이 지난주 약 55%에서 약 15%로 급락했다.대형 투자자들의 우려 사항은 석유·가스 가격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해상 원자재 거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 정도다.

니콜라스 트린다데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충돌이 오래 지속될수록 중앙은행들은 물가 압력을 예측치에 반영해야 하므로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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